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민심 회초리 맞은 보수, 맹성을 촉구한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6 16:33

수정 2020.04.16 16:39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참담했다. 무소속 4인을 포함해도 겨우 110석을 얻은 범야권의 모습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통상 정권 심판 성격을 띠는, 현직 대통령 임기 중반 총선에서 여권의 역대급 승리는 이례적이다. 그런 만큼 다수 국민이 보수 야당을 불신하고 외면했다는 말이다.

물론 코로나 국난 극복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여당의 승리가 점쳐지긴 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등 반시장정책의 부작용이나 조국 사태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문재인정부의 감점 요인도 적잖았다.
그런 점에서 여당이 개헌 이외 모든 입법활동을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전체 의석 중 5분의 3을 차지한 건 뜻밖이었다. 여권의 압승 못잖게 야권의 참패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다수 유권자가 정부·여당의 실정이 크다 하더라도 외려 야권에 회초리를 들겠다고 작심한 결과로 읽히기 때문이다.

야권의 패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총선까지 전 과정을 복기해보면 드러난다. 탄핵의 수렁에 빠진 뒤 수차례 당 이름을 바꾸는 '얼굴 화장' 말고 언제 환골탈태에 가까운 쇄신 노력을 했던가. 이번 총선에서도 눈에 띄는 인재 발굴은커녕 이렇다 할 만한 대표공약 하나 내놓지 못했다. 16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고 했다. 결국 야권이 세월호 막말 등 자충수만 두면서 대안정당으로서 믿음을 주지 못하는 바람에 '그라운드 제로'에 서게 된 꼴이다.

그럼에도 제1야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여당의 독주는 민주 헌정에 적신호다. 새도 좌우 양 날개로 날 때 비행의 균형이 잡힌다. 총선에서 수권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야당의 맹성이 절실한 이유다.
야권도 당장엔 거여 견제에 앞서 코로나 경제위기 대처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동체에 대한 희생과 헌신,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를 다하는, 보수 본연의 가치를 바로 세워 나가기 바란다.
보수 야권이 개인의 자유와 공공선의 균형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로 재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다시 눈길을 주지 않을 리가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