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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예측 그대로 더불어시민당 17석 확보 적중…숨가빴던 한달

뉴스1

입력 2020.04.16 18:28

수정 2020.04.16 19:24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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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쪽)과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3.30/뉴스1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쪽)과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3.30/뉴스1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100년만에 나올까 말까한 결과'라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표현대로 여당의 총선 압승 뒤에는 비례정당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선거법을 무력화했다는 '꼼수'와 미래통합당의 원내 1당을 막았다는 '절묘한 한 수' 사이를 오가던 더불어시민당은 출범 한달만에 17석을 확보하는 기록을 썼다. 비례 17명 당선자 가운데 용혜인 기본소득당 전 대표와 조정훈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를 빼면 15명 모두 민주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7석으로 예상했던 비례대표 의석수를 2배 이상으로 늘린 셈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개표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33.35%의 득표율을 얻으며 준연동형 11석과 병립형 6석을 가져갔다. 미래한국당은 더불어시민당보다 2석 많은 19석을 얻었다. 17석은 당초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추진할 때 예상했던 확보 의석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당에 따르면, '17석 시나리오'는 지난 2월24일 민주연구원의 비밀보고서에서 출발했다. 민주연구원은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민주당 대응전략 제언'이라는 대외비 보고서를 작성해 당 핵심 지도부에 보고했고, 지도부는 비공식적으로 이를 논의했다. 미래통합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원내 1당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지도부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선거법 개정 이후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으로 기습을 받자 당내 반발과 정치권의 극렬한 비판 속에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밀어붙였다. 미래한국당에 의석을 내줄 수 없다며 지지자를 결집, 선거 막판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했다.

민주당은 당내 반발과 야당의 공격, 비판여론 등에도 불구, 3월8일 지도부 의결을 거쳐 13일 전당원투표, 17일 '시민을 위하여' 플랫폼정당 선택, 19일 더불어시민당 출범, 23일 비례후보 확정 등 불가능에 가까운 속도로 한달만에 미래한국당과의 경쟁체제를 확립했다.

지난해 말부터 창당을 공언하고 올해 1월 초부터 창당을 준비해 온 미래한국당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의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전당원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워 명분까지 챙긴 후 열흘 만에 애초 기획대로 비례정당 디자인 및 비례 후보자를 확정했다. 이같은 속도전은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집권여당이 꼼수정치로 비례정당을 만들었다는 비판은 향후에도 민주당이 짊어져야 할 짐으로 남았다.

고비마다 정면돌파한 비례정당 추진의 중심에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손놓고 있다가 원내 1당을 빼앗긴다는 우려를 구체적인 의석 시뮬레이션 '숫자'로 제시하며 의원들의 위기감을 일깨웠다.

지도부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반발에는 전당원투표라는 묘수를 띄워 압도적 찬성으로 동력을 확보했다. 정치개혁연대와의 갈등 속에 시민사회가 반발하자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11번부터 후순위에, 시민사회 추천 전문가들을 앞번호에 배치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당에서조차 '이런 분을 어떻게 모셔왔느냐'는 말이 나왔던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 명망이 높은 진보진영 인사를 영입했다.

이같은 전례없는 속도전은 지도부에 강한 힘이 실린 민주당 내부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원장의 독특한 당내 위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킹메이커'로 여권 내 권력 디자이너로 불리는 양 원장의 기획력에 이해찬 대표의 강한 리더십이 합쳐지며 당의 일사불란한 결정이 고비마다 이뤄졌다"며 "양 원장이 사심없이 이기든 지든 총선 후 떠난다는 '배수진'을 치며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당내 반발을 누를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양 원장은 총선 다음날인 이날 오전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 당선된 분들이 국민들께 한없이 낮은 자세로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국난극복에 헌신해 주시리라 믿는다"는 말을 짧게 남기고 민주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함께 총선전략을 총괄한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도 이날 "꿈의 숫자(180석)를 얻어 홀가분하게 떠난다"며 작별인사를 남겼다.
이 위원장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전략기획위원회의 총선 전 판세 예측 분석에는 우세와 경합우세, 경합을 합쳐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을 163석으로 예측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실제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163석을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정권 후반기에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정권재창출을 위해 차기 대선 준비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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