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거대양당 나눠먹기 현실로…비례 '위성' 꼼수로 18석 더 챙겼다

뉴시스

입력 2020.04.17 06:05

수정 2020.04.17 06:05

비례대표 의석 77%를 '위성' 더시민·한국 싹쓸이 위성 없었다면 정의 '+7석' 등 군소당 결과 달라 "거대 양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왜곡…보완해야" 이낙연 "도입 취지와 빗나가…솔직한 논의해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4.1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4.1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훈 기자 = 4·15 총선은 '비례정당' 꼼수 대결을 벌인 여당과 제1야당이 의석을 독식하면서 거대 양당 체제 고착화라는 오점을 남겼다.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 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가 처음으로 도입됐으나, 되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쓸어가면서 21대 국회는 4년 만에 양당 체제로 재편된 것이다.

꼼수에 꼼수로 맞서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왜곡하는 거대 양당을 막지 못한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비례대표 47석 중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가장 많은 19석을 챙겼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전체 비례대표 의석의 77%를 쓸어간 셈이다. 나머지 11개 의석은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등 군소정당이 나눠 가졌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 및 신현영 당선인 등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시민당 총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4.1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 및 신현영 당선인 등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시민당 총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4.16. mangusta@newsis.com
지역구 투표 결과까지 합하면 민주+더시민 180석, 통합+한국 103석이다. 거대 양당이 전체 300석의 94%인 283석을 싹쓸이한 것이다.

이번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투표 결과까지 계산에 반영되기 때문에 군소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당초 평가됐다.

그러자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통합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자당의 불출마 의원들을 파견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정당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 여당도 가세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통합당의 위성정당이 쓸어가면 제1당을 통합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움직임이었다.

다만 민주당은 위성정당은 '꼼수'라고 날을 세웠던 터라 '연합정당'이라는 틀을 만들어냈다. 당과 무관한 세력이 외곽에 울타리를 만들고 거기에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군소정당 2곳과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긴 했으나 민주당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위성정당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미래한국당 래대표 후보자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 개표 상황실에서 양당 선대위 및 당직자들과 함께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방송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2020.04.15.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미래한국당 래대표 후보자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 개표 상황실에서 양당 선대위 및 당직자들과 함께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방송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2020.04.15. photothink@newsis.com
그리고 우려했던 결과가 나왔다. 위성정당이 없었다고 가정하고 이번 총선 정당투표 득표율을 반영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해보면 민주당은 11석을, 통합당은 7석을 덜 가져가는 것으로 나온다. 즉, 위성정당을 통해 민주당은 11석을, 통합당은 7석을 더 가져간 셈이다.

정의당은 7석을 더 가져가고,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도 각 7석, 4석을 더 챙겼을 거라는 분석이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군소정당의 표를 뺏어 갈 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됐다.

양당 독식 체제를 고착화시키면서 21대 국회에서 다양성과 소수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군소정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을 주도해놓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퇴색시켜버린 여당은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생당 회의실에 가진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04.1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생당 회의실에 가진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04.16. kmx1105@newsis.com
원내교섭단체 진입에 또 실패한 군소정당들은 정치권에서 입지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지역구뿐만 아니라 비례대표까지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민생당은 공중분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21대 국회 초반에 선거제 개정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통합당은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여권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퇴색한 현행 선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지난 16일 4·15 총선 서울 종로에서 승리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지적에 대해 "도입 취지와 빗나가는 결과가 됐다"며 "이에 대해 솔직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 자리가 없어진 군소정당들의 움직임도 예상된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이번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례 위성정당으로 왜곡한 거대양당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다.
선거법개정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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