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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참패에 통합당 대권구도 대혼전…'춘추전국시대' 열리나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7 16:11

수정 2020.04.17 16:18

선거 대패에 황교안 사퇴까지 대선행보 먹구름
홍준표, 유승민 등 거론되지만 지지율 약해
차기 대권 놓고 잠룡들간 '춘추전국시대' 불가피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충격적 대패를 당하면서 2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권경쟁에도 먹구름이 꼈다. 당장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아 당 몸집이 100석 안팎으로 쪼그라드는 등 보수정당으로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야권 대권주자 중 가장 앞서갔던 황교안 전 대표는 선거 패배로 정치적 재기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통합당 내 절대강자가 없는 가운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간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통합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홍준표 당선인이다. 당 대표 출신의 정치적 무게감이 여전하고, 당내 최다선인 5선에 성공해 대권 도전 기반도 마련했다. 홍 당선인도 "대권 도전은 마지막 꿈"이라며 대권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경남 거창 지역구에서 3선 의원이 된 김태호 당선인도 장기적으로 볼 때 대권에 도전할 만한 잠룡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영남권에 기반을 둬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당과 공천 마찰을 빚은 끝에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한 탓에 당에 정치적 부담을 안겨줬다는 반발도 있다. 특히 홍 당선인의 경우 지난 2017년 대선에서 한 차례 패배한 전력이 있는데다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도 있어 당내 지지기반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통합 한 축이었던 유승민 의원 역시 유력 대선후보군으로 묶인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직접적 책임론에는 벗어났다. 하지만 조해진·김희국·류성걸 당선인 정도를 제외하면 '유승민계'로 불린 인사들이 수도권에서 줄줄이 낙선하면서 당내 입김이 여전히 세지 않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탈당과 창당 등을 반복하면서 정치적 자산이 반감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보수정당의 근간인 영남권에 퍼져있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거부감이 크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당내에서 유 의원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의원들도 상당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대권에 도전할만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에 기여하며 통합당 최고위원직을 맡았지만 선거 패배에도 비교적 상처를 받지 않았다. 개혁적 보수성향으로 중도 확장성에도 유리하다는 평이지만 중앙정치 무대와 멀리 떨어져 있던 탓에 당장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주호영, 정진석, 조경태 의원 등 5선 고지에 오른 중진들도 잠재적 대권후보로 언급된다. 다만, 전국적 인지도가 비교적 떨어지고, 대권주자로서 '스토리'가 부족한 만큼 아직까지 잠룡군으로 묶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이 문호를 넓혀 외부인사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도·실용을 내세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쇄신이 필요한 통합당과 21대 총선에서 단 3석을 얻는데 그쳐 대권 도전 기반마련이 시급한 안 대표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야권의 대권잠룡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은 정부·여당과 대치하며 보수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만 권력의지 여부가 변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의석 수가 100석 안팎에 불과한 만큼 국정안정 측면에서라도 차기 대권을 향한 통합당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당의 성찰, 쇄신을 잘 마무리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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