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여야 '위성 교섭단체' 무리수 둘 생각말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9 17:09

수정 2020.04.19 17:09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국회법상 교섭단체로 만드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양당의 위성정당들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17일 이구동성으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민당은 21대 국회 개회 후에도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고 존속할 수 있도록 당규를 고칠 참이다. 총선에서 19명을 당선시킨 한국당도 어떻게든 당선자 한 명을 더 끌어들여 교섭단체 요건(20석)을 충족시킬 태세다. 양쪽이 준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다시 '꼼수 경쟁'을 벌이려는 꼴이다.

여야 두 당의 위성 '비례 교섭단체'는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4·15 총선에서 한국당은 19석, 시민당은 17석을 확보했으니 각기 모당인 통합당과 민주당이 1석과 3석을 꿔주면 20석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역풍도 만만찮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이번 총선에서 교섭단체 의석 확보에 실패한 군소 야당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비례대표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장외 여론도 곱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례 교섭단체 구성을 놓고 여야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국회 운영 주도권이나 국고보조금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고위공직자수사처장 추천권이 걸려 있다. 7명의 추천위원 가운데 2명은 본래 야당 몫이지만, 여당이 비례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이 중 한 명은 여권 인사로 바뀐다. 그러면 여당이 추천위원 6명이 동의하면 되는 공수처장 임명권을 확실히 틀어쥐게 되는 셈이다. 통합당도 같은 편 교섭단체가 더 있으면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다.

비례 교섭단체는 유신헌법 시절 '유신정우회' 말고는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여야 공히 선거 과정에서 '비례 위성정당과 모당의 합당'을 공언했었다.
그 연장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이란 꼼수를 부른 선거법을 고치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그런데도 이제 선거가 끝나자마자 말을 바꾼다면 정치판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야는 총선 민의를 거슬러 비례 교섭단체를 만들려는 무리수를 둘 생각을 접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