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냐 전대냐 고심…점점 멀어지는 '김종인 비대위'
과감한 쇄신 위해 '영남당' 탈피 의견 우세…영남 의원 견제
당 일각선 30대 세대교체론…청년 줄줄이 낙마해 힘들 듯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한데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이 낙선하면서 한 번에 '투톱'을 모두 잃은 통합당은 리더십 공백 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비대위와 전대론을 놓고 충돌하면서 당 수습 작업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당 최고위원회는 빠른 시일 안에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류가 대체로 우세한 편이다. 중립적인 비대위 체제하에서 당의 안정을 되찾은 다음 새 지도부 구성과 지도체체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권한대행이 지난 주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찾아가 비대위를 맡기려 한 것도 당 지도부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은 20일 비공개 최고위를 마친 후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는게 낫겠다, 이 상황을 빨리 수습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최고위원도 "개인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김종인 위원장이 허락해주실까, 쉽지 않은 일이어서 걱정하고 있고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반면 당 내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거부감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주말 사이에 비대위원장의 권한과 역할, 임기보장 등을 놓고 당 안팎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비대위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비대위원장을) 어떤 분이 하시든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은 당을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위원회여야 한다"며 "6개월이든 1년이든 (장기적으로) 가는 건 비대위가 맞지 않다. 정상대책위원이지 비대위가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조 최고위원은 "정상적인 당의 상태로 바로 잡으려면 전당대회를 빨리 치러야 한다"며 "저한테도 많은 당원들이 당을 좀 더 정상적 절차를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중 의원은 당내 분위기에 대해 "비대위보다는 정상적으로 (전당대회로) 가자는 이야기가 조금 더 우세하다"며 "우리 자체 역량을 갖고 가자, 비대위를 가지고는 지금까지 여러 경험했지만 큰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선동 의원도 "외부에 있는 분을 통해서 우리가 반성과 변화를 여러차례 해봤잖나. 근데 이젠 우리가 스스로 우리 잘못이 어디있는지 미래지향적으로 해야할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자기가 안다. 왜 회초리 맞으며 남이 시키는 걸 하나? 미래지향적으로 해야할 일을 끄집어내서 그리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우리가 비록 총선에서 패배를 했고 또 새로운 방향과 새로운 목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되는 것은 맞지만 이미 총선을 통해 새 사람이 수혈됐고 또 일단 국민들께 검증된 당선인들이 있다"며 "그 당선인들이 하나돼서 내부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구현을 위해 몸부림치는 게 올바르지, 외부 인사를 데려다가 당을 맡긴다는 것은 당의 주체성도 없는거고 이런 나약하고 정체성도 없고 확고한 의지도 없는 정당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때 공천에서 홀대받은 영남권 의원들이 당의 중심 세력으로 다시 부상하자, 당권과도 직결되는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홍이 앞으로 더 극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진다.
4·15 총선에서 수도권 후보들은 거의 궤멸하다시피한 것과 달리, 영남권 후보들은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여풍(與風)을 저지하면서 당 내에서 입지가 커진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역구 당선자 84명 중 대구 11명, 경북 13명 등 절반을 훨씬 넘는 56명이 영남권에 속한다.
일각에선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혼란을 수습할 경우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총선 참패의 결정적 원인은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 잡기 실패에 있는 만큼 통합당이 '영남당'으로 재편될 경우 당이 영남권에 갇히게 되고 지역정서 의존도가 다시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18대 국회 때부터 21대 국회까지 보수정당 내 수도권 의석이 계속 줄어오는 추세였고 지금은 84석 지역구 의석 중에서 56석이 영남의석이 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영남정서가 더 짙어진 상황에 있다"며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이런 더 높아진 영남 정서 비중을 우리가 좀 더 수도권 중심 시각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성중 의원은 "아무래도 이번에 84석 중 54석, 3분의 2가 영남권 의석"이라며 "영남권으로 치중되면 너무 한쪽으로 과거의 선례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이런 표현도 여러 의원들 속에서, 특히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영남권이 주요 당직을 차지하면 과거로 회귀될 것이라는 우려이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아무래도 국민 눈에는 그런 쪽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아직 소수이지만 당 일각에선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 "40대도 노쇠한 인식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가급적이면 30대 위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좀더 빠른 속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을 전면 쇄신하기 위해선 30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으로 80년대생, 30대, 00년대 학번으로 구성된 이른바 '830 세대'를 띄우자는 것이다.
다만 통합당 내에서 30대 선봉장은 현실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다수 청년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해 당선자 중 830세대로 분류할 만한 인물은 배현진 당선인(83년생)이 유일하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범위를 넓혀도 지성호 당선인(82년생)과 김에지 당선인(80년생) 뿐이다. 모두 처음 국회에 입성하는 정치 신인이라 의정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기를 구원할 수장으로선 중량감이 떨어진다. 당 밖에서 젋은 피를 수혈하더라도 원내 인사가 아닐 경우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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