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심청이 눈뜬 곳은 용궁이 아니라 매춘업소 '용궁'이었다

고 최인훈 작가의 희곡 '달아달아 밝은달아'
5월 5~1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제41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심청이 눈뜬 곳은 용궁이 아니라 매춘업소 '용궁'이었다

심청이 눈뜬 곳은 용궁이 아니라 매춘업소 '용궁'이었다
[서울=뉴시스] 옛날옛적 훠어이훠이. (사진 = 공연제작센터 제공) 2020.01.29. realpaper7@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 최인훈 작가의 희곡을 무대화한 ‘달아달아 밝은달아’가 올해 제41회 서울연극제의 문을 연다.

‘달아달아 밝은달아’는 5월 5~1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현대소설의 고전 ‘광장’(1960)의 작가 최인훈이 생전에 남긴 6편의 희곡 중 한편이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는 2020년 극작가 최인훈의 작품을 모아 ‘최인훈연극시리즈’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1월 공연한 ‘옛날옛적 훠어이훠이’(서강대 메리홀)를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달아달아 밝은달아’는 우리 여인의 상징인 ‘심청’을 모티프로 새롭게 창작된 극이다. 우리가 아는 심청은 깊은 바다 속 심연으로 떨어져 아름다운 용궁에 이른다.

그러나 최인훈의 심청이 도달한 곳은 ‘용궁’이라는 매춘업소이다. 업소에서 빠져 나온 뒤에도 심청은 납치되고 수탈당하고 참혹한 전쟁터 피난민 속에 남겨진다. 몇 십년이 흐른다. 눈멀고 망상에 사로잡힌 늙은 심청이 무대에 등장해 자신의 거짓 동화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작가 최인훈은 40여년 전 암울한 민족의 시대 상황 속 희생의 제물로 ‘심청’을 그려냈다. 2020년 공연제작센터는 보다 보편적인 인간들의 삶과 희망에 대한 문제로 접근한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바다에 던져진 심청의 희생은 ‘보편적 인간애’와 ‘사랑’이 전제되며, 사랑하는 남자와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작은 희망마저, 유린당하고 성의 노예로 짓밟히는 폭력적 모습을 대조적으로 표현하면서, 착한 사람,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원작에서 작가는 이미 표현주의적 연극기법을 생각하며 빈 무대와 상징적 소품, 인형과 색채를 구상하고 있지만, 연출자 윤광진은 원작보다도 더 간결하고 상징적인 무대를 통해 주인공들이 현실적 공간과 환상의 공간을 경계 없이 넘나들 예정이다.

“전쟁과 자본패권 등의 거대한 폭력에서부터 인종차별, 성범죄와 같은 일상의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인간의 보편적 삶이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답을 찾는 작품”이라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OBEI(미국 연극계 신인상)을 수상한 장두이가 심봉사 역을 맡았다. ‘햇빛샤워’ ‘1945’등 서울연극제 신인상, 제52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김정민이 심청 역을 한다.
늙은 청이 역은 임향화가 맡는다. 그는 오태석 연출 작인 ‘춘풍의 처’, ‘LUV’ 등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이주, 40여 년 만에 무대로 복귀했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아시안 아메리칸 국제영화제’에 선보인 ‘해피 클리너스’ 주연으로 출연하며 배우로서 제2막을 열어젖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