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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름값 마이너스 쇼크, 정유업계는 수출 비상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1 17:00

수정 2020.04.21 17:00

국제 유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으로 추락한 것은 지금 세계 경제 침체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로 폭락했다. 마이너스는 공짜여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생긴 가격이다. 웃돈을 줘야 겨우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선물만기일(21일)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시적인 일이긴 하지만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공포가 느껴진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셧다운 여파로 수요·소비가 급감했고 전 세계 공장은 곳곳에서 가동을 멈췄다.
석유가 필요한 곳은 갑자기 증발했다. 셧다운 쇼크가 길어지면서 생산된 원유를 저장할 공간도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너스 유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원유를 수입해 이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으로 이익을 내는 국내 정유업계는 초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석유제품 수출은 53.5%나 급감했다. 그간 국내 정유업은 한국 수출을 주도해온 알짜 기간산업의 위상을 자랑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정유설비는 세계 6위다. 하지만 저유가와 코로나 겹악재로 정유 4사는 올 1·4분기 3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연간 손실 규모는 가늠조차 안된다.

더 깊은 치명상을 입기 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요구된다. OECD 국가 중 원유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곳은 우리와 미국·호주·멕시코 네군데밖에 없다. 이 중 미국과 호주는 관세율이 낮고 멕시코는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지 않다. 실질적 원유관세는 3%를 부과하는 우리가 유일하다. 석유판매 경쟁국 중국·대만과 비교하면 원료 경쟁력이 확 떨어진다. 이번 기회에 원유 수입 무관세나 대폭 인하 조치로 정부가 통큰 지원을 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원유 관세에 추가로 부과하는 준조세 성격의 석유수입부과금도 부담 요인이다. 업황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요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기간산업을 단단히 잡아줄 정부의 세심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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