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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해법, 금융위기 때 美 GM이 모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1 17:00

수정 2020.04.21 17:00

정부 과감한 지원 덕에
120만명이 고용 유지
정부가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할 비상 고용대책과 기업 지원대책을 22일 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비상회의 체제를 가동(1차 3월 19일)한 지 한달 남짓 됐다. 5차 회의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안건을 다룬다. 바로 일자리와 기업살리기다.

이번 위기가 90년 전 대공황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기름값이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로 굴러떨어지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지는 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한국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27% 줄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마이너스 3%를 제시했다. 평소 같으면 깜짝 놀랄 일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때는 최악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는 게 현명하다. 문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라면서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강조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5차 경제회의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두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먼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용대책과 기업대책은 동전의 양면이지만, 굳이 선후를 따지면 기업이 먼저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일자리도 산다. 금융위기 때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사례를 참고할 만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GM에 510억달러, 우리 돈 60조원이 넘는 거액을 출자 지원했다. 정부가 대주주가 됐다. 이때의 GM을 속칭 '거버먼트 모터스'로 부른다.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미국에서 특정 기업, 그것도 금융사가 아닌 제조업체를 사실상 국유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정부가 원칙을 깬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에 있다. GM을 지원한 덕에 일자리 120만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GM이 살아난 뒤 2013년에 미 재무부는 지분을 다 팔았다.

5차 회의에선 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업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이미 한은은 정부 보증을 전제로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매입한다면 시장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정부로선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경제위기 대응은 방역과 비슷하다.
상황 봐가며 단계적으로 대응하면 이미 늦다. 나중에 과잉이란 지적을 받더라도 미리 방화벽을 높이 쌓는 게 좋다.
5차 회의에서 관성과 통념을 깨는 담대한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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