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당 대표 중진들 지역구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전멸
유성엽, 공동대표 사퇴 "정계 활동 여부도 포함해 고민"
천정배 측 "거취 차차 고민"…박지원 "새로운 길 가겠다"
정동영, 페이스북 글 은퇴 선언 해석에 "은퇴 아냐" 부인
민생당 대안신당계를 대표했던 3선의 유성엽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전북 정읍시고창읍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후보에게 밀렸다. 민선 3기 정읍시장을 거쳐 같은 전북 고창에서 내리 3선을 한 현역 의원이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의 정치신인에게 자리를 뺏긴 것이다.
이번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계 김정화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사실상 전권을 위임하고서 지역구 선거운동에 매진했던 유 의원은 지난 20일 당 공동대표 사퇴서를 제출했다.
유 의원은 2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생각이 없다"며 "정계 활동을 계속 이어갈지 여부까지 포함해 향후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인생 2막에 대해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호남의 맹주로 군림하던 민생당 현역 중진 의원들도 줄줄이 정계 은퇴 기로에 섰다.
6선의 천정배 의원은 광주 서구을 선거구에서 19.4%의 득표율에 그치며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15~20대 국회까지 내리 6선을 한 그는 호남 대통령을 만들려면 민주당이 지역구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호남 대통령을 만들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쳤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6·15 남북정상회담 특사, DJ 비서실장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4선의 박지원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며 퇴장길로 들어섰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당장 민생당과 거리를 두면서 정치 평론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연일 라디오에 출연하고 있는 박 의원은 지난 21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민생당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관심 없다"고 자르며 "(민생당은) 지금 원내 의석 20석을 가지고 있던 당이 한 석도 얻지 못했다고 하면 국민이 버린 거 아니냐"고 직격했다. 향후 전당대회 등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생당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박지원 의원은 연세가 있어 또 출마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자연스럽게 정계 은퇴 수순을 밟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호남의 또 다른 터줏대감인 4선의 정동영 의원은 당장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재기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전북 전주시병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배지를 넘겨주게 된 그는 지난 20일 정계 은퇴 가능성은 일축한 상태다.
그는 같은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디 공동체에 기여할 봉사의 길도 함께 찾겠다.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여는 염원도 차분히 다듬어 보겠다"며 재기 의지를 내비쳤다. 정 의원 측 관계자도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출마지의 민주당 김성주 당선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김 당선인은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전주시을 선거구도 민주당 이상직 당선인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 하는 등 재보궐 선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1년 정도는 그동안 소홀했던 지역구를 챙기며 앞으로의 거취를 고민할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kim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