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한항공·아시아나, 유상증자·감자땐 '국책은행 子회사' 전락 [심층진단 | 존폐기로에 선 항공업]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2 18:15

수정 2020.04.22 18:15

(중) 지배구조 위기
대한항공
3자연합, 한진칼 지분 42.75%
조원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백기사 선택해 경영권 방어 대응
아시아나항공
산은·수은 1조7000억 또 지원
운영자금 조달 부담 덜었지만
HDC, 인수 포기설까지 돌아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면서 지배구조까지 위협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뉴시스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면서 지배구조까지 위협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지만 HDC현산으로의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지만 HDC현산으로의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뉴시스
코로나19로 불거진 국내 항공사 수익성 악화가 각 항공사 지배구조까지 위협할 태세다. 정부는 자본잠식이 우려될 정도로 급속히 악화된 국내 항공사의 재무구조를 보강해주기 위해 KDB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제3자 유상증자나 대주주 감자 등 구조조정이 수반될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국내 주요 항공사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때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거의 예외없이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항공사들이 국책은행의 자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3자연합 위협 받아

22일 항공·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최소 5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국내 대형 증권사와 유상증자 주관사 및 인수단 구성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이 유증을 추진할 경우 최대주주인 한진칼도 참여할 것으로 본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만약 대한항공이 최대치인 1조원 규모의 증자에 나선다고 가정 시 한진칼이 감당해야 할 자금은 약 3000억원가량이다. 문제는 한진칼도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해 1300억원가량이다. 이조차 올 1·4분기 코로나19 탓에 크게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탓에 한진칼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래야 대한항공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KCGI 등 3자연합의 경영권 공격까지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위협 1차 고비를 넘겼지만, KCGI 등 3자연합은 주총 이후에도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엔 지분율을 42.75%까지 확대해 조원태 한진 회장 측 지분(41.30%)을 넘어섰다. 이들이 7월 이후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다면 한진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인다.

그러나 한진칼이 '백기사'를 선택해 대규모 유증에 나선다면 전체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늘어나고 3자연합 측 지분율은 낮아진다. 문제는 백기사다. 현재 한진칼 지분 14.99%를 보유한 미국 델타항공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코로나19 탓에 델타 역시 위기라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전 세계 모든 항공사들이 위기로 델타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특히 미국 정부의 자금지원 조건에 자사주 매입금지 조항이 있어 투자회사 한진칼에 대한 지원은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국책은행을 통해 자금지원을 받게 될 경우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HDC, 아시아나 인수포기설 솔솔

현재 주인이 모호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탓에 HDC현산으로의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이대로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에 1조7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키로 결정, 이날 아시아나가 이사회를 열어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지원방식은 '마이너스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한도대출 형식으로 알려졌다. HDC현산 입장에선 인수 후 운영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었지만, 이번 1조7000억원 지원 결정이 아시아나 인수 완주에 큰 변수가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1조7000억원 역시 HDC현산 입장에선 지난해 지원받아 소진한 1조6000억원에 더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실제 HDC현산 측은 인수를 서두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아시아나 주식 61.5%를 취득키로 계약한 HDC현산은 6개 경쟁국 기업결합 승인 이후 1조47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유증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에 차입금 1조1700억원을 갚고 추가 공모채 발행 등을 통해 4월 말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만약 코로나19 사태로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경우 기존 대주주인 금호그룹 측과 산업은행에 미치는 파장은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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