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대한항공·아시아나, 유상증자·감자땐 '국책은행 子회사' 전락 [심층진단 | 존폐기로에 선 항공업]

(중) 지배구조 위기
대한항공
3자연합, 한진칼 지분 42.75%
조원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백기사 선택해 경영권 방어 대응
아시아나항공
산은·수은 1조7000억 또 지원
운영자금 조달 부담 덜었지만
HDC, 인수 포기설까지 돌아

대한항공·아시아나, 유상증자·감자땐 '국책은행 子회사' 전락 [심층진단 | 존폐기로에 선 항공업]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면서 지배구조까지 위협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뉴시스
대한항공·아시아나, 유상증자·감자땐 '국책은행 子회사' 전락 [심층진단 | 존폐기로에 선 항공업]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지만 HDC현산으로의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뉴시스
코로나19로 불거진 국내 항공사 수익성 악화가 각 항공사 지배구조까지 위협할 태세다. 정부는 자본잠식이 우려될 정도로 급속히 악화된 국내 항공사의 재무구조를 보강해주기 위해 KDB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제3자 유상증자나 대주주 감자 등 구조조정이 수반될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국내 주요 항공사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때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거의 예외없이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항공사들이 국책은행의 자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3자연합 위협 받아

22일 항공·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최소 5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국내 대형 증권사와 유상증자 주관사 및 인수단 구성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이 유증을 추진할 경우 최대주주인 한진칼도 참여할 것으로 본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만약 대한항공이 최대치인 1조원 규모의 증자에 나선다고 가정 시 한진칼이 감당해야 할 자금은 약 3000억원가량이다. 문제는 한진칼도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해 1300억원가량이다. 이조차 올 1·4분기 코로나19 탓에 크게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탓에 한진칼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래야 대한항공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KCGI 등 3자연합의 경영권 공격까지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위협 1차 고비를 넘겼지만, KCGI 등 3자연합은 주총 이후에도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엔 지분율을 42.75%까지 확대해 조원태 한진 회장 측 지분(41.30%)을 넘어섰다. 이들이 7월 이후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다면 한진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인다.

그러나 한진칼이 '백기사'를 선택해 대규모 유증에 나선다면 전체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늘어나고 3자연합 측 지분율은 낮아진다. 문제는 백기사다. 현재 한진칼 지분 14.99%를 보유한 미국 델타항공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코로나19 탓에 델타 역시 위기라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전 세계 모든 항공사들이 위기로 델타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특히 미국 정부의 자금지원 조건에 자사주 매입금지 조항이 있어 투자회사 한진칼에 대한 지원은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국책은행을 통해 자금지원을 받게 될 경우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HDC, 아시아나 인수포기설 솔솔

현재 주인이 모호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탓에 HDC현산으로의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이대로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에 1조7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키로 결정, 이날 아시아나가 이사회를 열어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지원방식은 '마이너스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한도대출 형식으로 알려졌다. HDC현산 입장에선 인수 후 운영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었지만, 이번 1조7000억원 지원 결정이 아시아나 인수 완주에 큰 변수가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1조7000억원 역시 HDC현산 입장에선 지난해 지원받아 소진한 1조6000억원에 더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실제 HDC현산 측은 인수를 서두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아시아나 주식 61.5%를 취득키로 계약한 HDC현산은 6개 경쟁국 기업결합 승인 이후 1조47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유증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에 차입금 1조1700억원을 갚고 추가 공모채 발행 등을 통해 4월 말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만약 코로나19 사태로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경우 기존 대주주인 금호그룹 측과 산업은행에 미치는 파장은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