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성장률 마이너스 시대, 2분기가 진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3 16:38

수정 2020.04.23 16:38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
적어도 석달동안 이어가길
한국은행은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4%로 떨어졌다고 23일 발표했다.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악이다.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로 -1.2%를 제시했다.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선방한 편이다. 중국은 전분기 대비 1·4분기 성장률이 자그마치 -9.8%로 굴러떨어졌다.


그렇다고 박수를 받을 일은 아니다. 통증의 차이만 있을 뿐 아프긴 매한가지다. 게다가 1·4분기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2·4분기(4~6월)엔 진짜 강펀치가 기다리고 있다. 가을·겨울도 안심하지 못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올해 가을이나 겨울에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지와 인터뷰에서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할 경우 의료시스템에 상상할 수 없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만 2차 유행을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거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바이러스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성장은 일자리를 좌우한다. 그래서 성장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경제가 쪼그라들면 노동력이 남아돈다. 잉여 인력은 곧 실업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성장률은 -5.1%로 추락했다. 이때의 실업대란은 여지껏 한국 경제의 상처로 남아 있다.

문재인정부는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펴고 있다.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선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40조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올바른 선택이다. 항공, 자동차, 조선 등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성장률이 무너지고, 성장률이 무너지면 일자리도 와르르 무너진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 한달 남짓 주 1회꼴로 주재하던 비상경제회의를 필요할 때 여는 비정기 회의로 바꾼 것은 다소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신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를 다음 주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사실 대통령이 모든 대책에 간여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외환위기 때도 김대중정부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경제대책조정회의 아래 재경부 장관(현 기재부 부총리)이 이끄는 경제장관간담회를 두어 대책을 조율했다.
다만 우리는 청와대 비상경제회의가 적어도 석달 정도는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주례 회의가 벅차면 간격은 격주로 바꾸면 될 것이다.
그것이 미증유의 비상경제 시국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