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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언택트 범죄에 엄격한 법 기준 적용을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3 17:52

수정 2020.04.23 17:55

[여의도에서] 언택트 범죄에 엄격한 법 기준 적용을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장 사용되는 횟수가 많아진 단어를 꼽아보자면 '언택트(Untact)'일 것이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단어인 '콘택트(contact)'에 부정적 의미를 뜻하는 '언(un)'을 더한 신조어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사람 간의 만남을 꺼리고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곳보다는 독립된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변화상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또한 거기에 파생된 무인자동화, 온라인마켓, 디지털 플랫폼 등의 급격한 발달을 얘기할 때도 거론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후 우리 사회가 언택트 사회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온라인 상품 주문이나 디지털 콘텐츠 발달 등으로 대표되는 이 언택트 사회는 사실 기존의 사회구조가 언택트에 발맞춰 급격하게 변화했다기보다는 과거부터 존재하던 관련 플랫폼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회 전면에 급부상하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는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 우리 사회가 이미 언택트 사회에 깊이 접어들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본격적인 언택트 사회의 시작으로 앞으로 노동, 문화 등 사회 다방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잔혹한 범행수법과 치밀한 구조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도 언택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미성년자까지 포함된 이 어린 범죄자들은 범행수법이나 동기들을 보면 마치 게임을 즐기듯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별다른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닌가 생각된다.

일부 가해자를 제외하고는 피해자들과 마주칠 일도, 신변이 노출될 걱정도 없었을 테니 게임을 하듯 텔레그램에 들어가 로그인 해서 범죄자가 되고, 텔레그램에서 나가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이중생활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언택트 사회로 접어들면서 앞으로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범죄 형태는 언택트라는 이미 새로운 사회환경에 맞춰서 변화했는데 법 기준은 그대로 머무르게 된다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디지털 범죄로 대표되는 언택트 범죄에는 더욱 엄격한 법 기준과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택트 범죄에서는 대면 범죄와 달리 나이도, 신분도, 동기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범죄의 특성상 발생한 후에는 피해자의 피해를 완벽하게 복구하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관련 범죄에 대한 원천적인 차단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과거에도 비슷한 유형의 디지털 범죄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명확한 별도 규정이 없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언택트 사회에서는 기술의 고도한 발달로 직접 대면하지만 않을 뿐이지 사회관계망은 더 촘촘해진 만큼 철저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첫 시작이 중요하다.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언택트 범죄가 얼마나 위험하고 그로 인해 얼마나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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