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커지는 WHO 개혁 요구 목소리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4 17:44

수정 2020.04.24 17:44

[월드리포트]커지는 WHO 개혁 요구 목소리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금까지 세계에서 18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확진자 수는 270만명에 다가서고 있다. 지난 약 4개월간 계속된 확산은 감염에 대한 불안을 넘어 생활에 커다란 불편까지 야기했다.

벌써부터 돌아오는 겨울에 코로나19가 무서운 힘을 갖고 재등장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방역과 퇴치를 주도해야 할 세계보건기구(WHO)가 도마에 오르면서 개혁 요구가 커지고 있다. WHO가 초반에 잘 대처만 했어도 희생자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만은 코로나19가 사람끼리 감염될 수 있다고 WHO에 경고했으나 증거가 없다는 중국의 주장을 두둔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만의 우려는 적중, 중국이 1월 20일 사람 간 감염을 인정했고 열흘 뒤 WHO는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진원지인 중국 현장조사를 위한 WHO 선발대는 2월 10일 도착했고 팬데믹이 선포된 것은 3월 12일로 110개국 이상에서 10만명 이상이 이미 감염된 후였다. 또 WHO는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마스크 착용이 예방에 효과가 없으며 여행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세계 각국이 국경을 계속 개방할 것을 요구해 화를 더 키웠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노골적으로 친중국 성향을 보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테워드로스는 1월 말 방중 당시 중국의 대처가 새로운 표준이 됐다고 치켜세웠다. 중국은 사태 초기 WHO의 조사팀을 비롯한 외국 전문가들의 우한 입국을 막는 등 투명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테워드로스는 중국이 투명성을 약속했다고 엉뚱한 발언을 해 그 후 중국 정부의 선전장이 된 WHO의 브리핑은 조롱거리가 됐다.

온라인 청원사이트인 'change.org'가 진행하고 있는 테워드로스 퇴진 서명운동을 촉발한 것도 그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인데도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를 서둘러 선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퇴진운동에 100만명 가까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에서 의사 1000만명이 소속된 세계의사회(WMA)도 대만을 가입시키지 않고 있는 WHO의 정치게임에 항의하는 서한을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WHO의 친중국 성향과 부실한 대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운영기금 제공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이라는 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2년 단위로 예산을 편성하는 WHO의 운영비 중 2018~2019년 미국은 정부와 민간기부금을 포함, 8억9300만달러를 제공했다. 중국은 2014년 이후 52% 늘리며 8600만달러까지 제공했지만 이는 2억5000만달러를 기부한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이 낸 것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적은 액수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테워드로스의 사임을 지원 재개 조건으로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와 같은 팬데믹 시기 트럼프의 지원중단에 유감을 보이면서도 그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WHO에 개혁을 요구하는 등 미국이 제기한 문제에 동감하고 있다.

WHO 회원국들이 내는 기금은 전체 필요자금의 50%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그 대신 특정 국가나 단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입김에 흔들릴 우려가 있다. 벌써부터 올겨울 코로나19 2차 유행과 독감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WHO 개혁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고, 다음에 나타날 바이러스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