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출판·서점계 "교보문고 도매시장 진출, 유통 시스템 개선 계기 삼아야"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4 18:10

수정 2020.04.24 18:10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출협 강당에서 '교보의 도매 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출협 강당에서 '교보의 도매 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파이낸셜뉴스] 거대 도서 유통업체인 교보문고의 도매시장 진출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 가운데 출판업계와 도서 도매유통업계, 서점업계 관계자들이 합리적인 도서 유통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

24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서울 종로구 출협 4층 대강당에서 '교보문고 도매 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하고 도서 유통의 문제점 및 해결 방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했다. 이번 좌담회는 송성호 출협 상무이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한국서점인협의회 최낙범 회장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종복 회장,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정병규 회장, 한국출판협동조합 황순록 전무, 한국출판인회의 박성경 유통정책위원장, 1인출판협동조합 박옥균 이사장, 웅진북센 황종운 본부장, 도서유통 전문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이 참여했다.


기존의 도서 도매업을 하는 한국출판협동조합과 웅진북센의 관계자들은 교보문고의 업계 진출로 초래될 독과점 양상이 결국 지역 서점과 중소 출판사에게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려를 표했다.

황순록 한국출판협동조합 전무는"교보문고는 거대 공룡으로 저희 회사에서 공급하는 것보다 3% 싸게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라고 본다"며 "결국 독점을 하고 나면 차별적인 공급책으로 시장을 교란할 것으로 보는데 이러한 갑질에 맞설 수 있는 견제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종운 웅진북센 본부장은 "수년째 도매 유통사들이 무한 경쟁속에서 입은 상처를 아직도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거대업체인 교보가 뛰어들 경우 나머지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면서 교보의 도매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에 서점업계에서는 도매업계가 중소서점업계를 살려 상생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낙범 한국서점인협의회 회장은 "송인서적의 부도 등 현재 도서 도매업체들의 기능이 부실화된 상태에서 소형, 독립서점은 책을 수급받는데 굉장한 애로를 겪고 있다. 지금도 도매 업체로부터 책을 수급받지 못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한시적으로 교보와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상호 이해가 맞는 측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난 10년간 대형 서점의 독과점 강화와 중소형 서점의 몰락이 진행되며 도매 시장도 과당 경쟁 속 타격을 입고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이 때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종복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그간 도매상은 거래처의 확보에만 치중하고 서점은 도매상끼리의 경쟁유도를 통하여 매입가의 인하에만 고민할 뿐 본질인 물류비용. 금융비용. 마케팅비용 등 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뒷전이었다"며 "지금의 도매 유통구조로는 중소서점이 판매할 수 없는 도서가 30%가 넘는데도 거래처 확보나 경쟁력 있는 공급률의 개선에는 관심 없었다. 사막화되어가는 유통생태계의 정상화를 위해 공급률 등 각종 혜택을 중소서점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논의 주제인 교보문고의 도매업 진출에 관해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의견의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낙후한 도서 유통 시스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옥균 1인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의 위기 상황보다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재 도매업계의 문제점은 불투명한 구조다. 수십년 간 관행적으로 유지되어 온 위탁구조를 바꾸고 시대에 맞게 잔고를 공개하는 등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경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은 "결국 표준화된 유통구조를 만들지 못한 문제"라며 "정체되어 있는 출판시장의 유통질서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정기적인 논의의 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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