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당선人터뷰]장혜영 "동생과 장애 차별 없는 사회로…정의당 역할은 송곳"

뉴시스

입력 2020.04.26 11:12

수정 2020.04.26 11:12

정의당 비례후보 2번…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 발달장애 동생과 함께 살며 탈시설 등 사회문제 다뤄 대학은 4학년 때 무한 경쟁 비판하며 공개 자퇴 선언 한계 느낄 무렵 심상정 입당 제안…"정의당 가능성 봐" "총선 패인은 구도가 지배적…위성정당 난립도 변수" "n번방 성착취는 '사형선고'…정의당, 장막 뚫는 역할" "1호 법안은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첫 약속" "동생은 시작이자 끝…자유와 평등 온몸으로 알려줘"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이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이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윤해리 기자 = "권력자가 됐다며, 이제 사회 기득권층이라며 친구들한테 엄청 놀림 당하고 있어요."

4·15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장혜영(33) 당선인은 당선 후 주변의 반응을 묻자 겸연쩍은 듯 이같이 말하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장난스럽게 얘기하지만 기득권층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장난으로만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옷깃을 여미게 된다"며 정치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그는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으로 활동해왔다.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한 살 터울 여동생 혜정(32)씨와 3년 전부터 함께 살며 동생의 자립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상영했다.

동생 혜정씨는 12살 때 장애인 거주시설에 보내졌다고 한다.

세 자매 중 둘째로 어렸을 때부터 동생을 각별히 챙겼던 그에게 동생의 시설 입소는 큰 충격이었다. "부모님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계속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한계를 느꼈던 것 같아요."

이후 어머니는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생계로 바빴다. 그리고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가서 성공한 언니가 되어 동생의 돌봄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4학년이던 2011년 그는 돌연 공개 자퇴를 선언한다. 당시 서울대 유윤종, 고려대 김예슬에 이어 대학의 무한경쟁 등을 비판하는 대자보, '이별 선언문'을 붙이고 자퇴한 이른바 'SKY 자퇴생' 당사자 중 한 명이다.

그렇게 자퇴 후 방황하며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사건'이 터졌다. 2013년 동생이 지내고 있는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시설은 입소자들을 안정시킨다는 이유로 이들을 방에 가두거나 밥과 반찬, 국을 섞어 먹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진지하게 동생의 '탈(脫) 시설'을 고민하게 된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장애가 있든 없든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2016년, 탈시설을 결심한 그는 동생 설득에 나섰고 1년여의 준비를 거쳐 18년 만에 동생과 함께 살게 됐다.

"제 목표는 진짜 단순해요. '동생이랑 평범하게 잘 살고 싶다'." 그러나 돌봄 문제부터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까지 그 소박한 목표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이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이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6. mangusta@newsis.com
그럼에도 여전히 한계를 느꼈다. 개인의 외침을 넘어 제도적 변화가 필요했다. 고민의 나날이 계속됐다. 그러다 지난해 9월께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심상정입니다."

그렇게 그는 정의당에 입당했고 경선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현재 정의당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지역구 1석, 비례 5석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에서 동생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그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아직은 '의원'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는, 그러나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라는 장 당선인과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장애인 탈시설 문제와 정의당의 과제,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장 당선인과의 인터뷰 요지다.

-우선 당선 축하드린다.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당선을 실감하나.

"일주일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다는 건 알겠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똑같은 말을 해도 그게 전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의 의미를 규정하는 게 말하는 사람이 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정해지는 게 훨씬 많지 않나. 말 한 마디가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젊은 의원'이라 신기하게 바라볼 것 같다.

"주변에 창작자들이나 친구들한테 약간 놀림 당하고 있다. (웃음) 권력자가 됐다며, 이제 사회 기득권층이라며 엄청 놀림 받았다. (웃음) 그런데 그게 한편으로는 장난스럽게 얘기하지만 기득권층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장난으로만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옷깃을 여미게 된다."

-동생은 뭐라고 하던가.

"동생은 저한테 관심이 없어서…(웃음)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이나 후나 저를 유일하게 똑같이 대하는 사람이다. 관심이 정말 없다는 얘기다. (웃음) 그래서 오히려 더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저에게는 거의 부적과도 같은 사람이다."

-동생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찍었는데.

[서울=뉴시스]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포스터. 2020.04.26.(사진=시네마달 제공)
[서울=뉴시스]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포스터. 2020.04.26.(사진=시네마달 제공)
"저의 한 살 어린 여동생은 중증발달장애인이다.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묶어 발달장애라 부르고 동생은 그 둘을 다 갖고 있다. 어렸을 때 장애인 거주시설에 보내져서 어른이 되도록 18년이라는 시간을 살았다. 처음에는 그런 동생의 삶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개인적인 방식으로 내가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동생을 돌봐야지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는 동생이 절대 똑같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모든 사람들이 장애가 있든 없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생의 탈시설을 도우면서 6개월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아직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으로 탈시설을 하기에는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른다. 그런 것을 보여주는 작업을 했던 것이다."

-동생은 왜 시설로 보내졌나.

"부모님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계속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한계를 느꼈던 것 같다. 제가 동생을 학교에 많이 데리고 다녔다. 그러다 중학교에 가면서 물리적으로 동생을 돌보는 시간에 공백이 발생했다. 그 때 제가 어느 정도로 동생 중심의 삶을 살았냐면 중학교를 안 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부모님이 오히려 더 그런 결정을 하셨던 것 같다."

-이후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연세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2011년 이른바 'SKY 자퇴생' 중 한 명이 됐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가서 성공한 언니가 되어 동생의 돌봄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학에 가서 본 것은 무한 경쟁이었다.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이 아니었다. 졸업을 위해 숨가쁘게 정해진 코스를 밟아야 했다. 그런 공식에서 빠져나와야겠다 생각해서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후회는 없다.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웃음)"

-자퇴하고 나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학교를 그만두기 전 일본으로 교환 학생을 갔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다양한 종류의 삶이 있다는 걸 체감했다. 일단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것을 멈춰놓고 진짜 나의 삶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다 동생의 시설 문제에 시간을 쓰면서 시설 학부모 회장이 됐고 그러자마자 문제가 터졌다."

-어떤 문제였나.

"2013년께 동생이 있던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내부 고발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태가 불거지는 굉장히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저는 당연히 공론화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이외에 다른 학부모들은 생각이 굉장히 달랐다. 이 문제가 커지면 시설이 사라질지 모른다며 덮고 가자고 했다.

그 때가 동생의 삶에 대해 제일 큰 쇼크를 받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부모님이 '우리집보다 더 나은 보호를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보낸 곳이었다. 그런데 '배신의 현장'을 목격했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양심선언 하신 선생님들을 통해 탈시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2016년 '촛불'을 보면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나의 삶 자체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은 동생의 탈시설이었다. 거의 1년을 준비해 2017년 탈시설했다."

-그런 일련의 삶이 정치인의 길을 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

[서울=뉴시스] 정의당 비례 장혜영 당선인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스틸컷. 2020.04.26.(사진=시네마달 제공)
[서울=뉴시스] 정의당 비례 장혜영 당선인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스틸컷. 2020.04.26.(사진=시네마달 제공)
"그렇다. 저는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선택지를 단순하게 만들어놓고 내가 어떤 걸 책임질 수 있는지 고민한다. 제 목표는 진짜 단순하다. '동생이랑 평범하게 잘 살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장애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동생과 평범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사회를 바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창작 등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러나 한계에 부딪혔고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그것이 정의당 입당 계기인가.

"심 대표님의 전화 한 통을 받고…(웃음) 작년 9월경 아침에 모르는 전화를 받아보니 '심상정'. (웃음) 심지어 자다가 받았는데 두 번째 말이 진짜 웃겼다. '제가 깨웠나요?' (웃음) 심상정 모닝콜이라니, 정말 받고 싶지 않은 모닝콜이었다. (웃음) 그날 점심을 같이 하자 하셨고 입당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한 달 정도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어쨌든 투쟁 현장에는 늘 정의당의 깃발이 있었다. 그리고 운동에 참여하면서 거대 양당에선 탈시설을 할 수 없다고 느낀 바도 있었다. 개혁과 관련해 몰라서 못하는 건지, 알아도 안 하는 건지다. 그런 정치 상황에서 개혁을 바라는, 진보적인 의제를 담아안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 정의당의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 것이다."

-실제 만나본 심상정 대표는 어땠나.

"대단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이 사람, 참 고독하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어떠한 사람이 강력한 상징이자 한 인물로서 존재한다는 건 엄청난 특성이자 한계를 갖는 것이지 않나.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결과가 좋지 못했다. 예상했나.

"저는 사실 이렇게까지일 거라고 생각은 못했다. 당의 목표는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이었고 목표 도달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좀 아쉽다. 특히 저에게는 배복주(장애인 할당 비례 후보) 없는 의회, 이자스민 없는 의회라서 더 그렇다."

-어디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가.

"구도가 지배적이었다고 본다. 이번 선거는 정말 압도적인 '코로나19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위성정당의 난립이라는 변수도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그 안에서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보여드려야 했던 선거여서 갈팡질팡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조국 사태' 당시 임명 찬성부터 비례 1번 류호정 당선인 '대리게임' 논란까지 당내 이슈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조국 관련은 입당 제안을 받았을 때 심 대표님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셨다. 당시에 저는 '당연히 임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결국 정의당은 동의했고, 사실 그것이 마지막까지 정의당 입당을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이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장혜영 당선인이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6. mangusta@newsis.com
류호정 당선인의 경우 무한 책임, 무한 사과를 하고 있다. 다른 어떤 정치인들이 막말을 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고 사과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것에 비하면 류 당선인은 분명히 사과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여성이나 소수자의 인권을 특히 강조하는 것이 당원 이탈, 반감으로도 작용하는 것 같은데.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모든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대전제를 동의할 수 없다면 정의당은 있기 어려운 곳이다. 아이덴티티(정체성)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 당의 영혼이 어디있느냐 한다면 저는 거기에 있다고 봤고, 그래서 여러 다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의당에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2월 트위터에 '여러분의 둘째 메갈 국회로 보내주세요'라고 쓰는 등 몇몇 발언으로 '메갈리아'(남성혐오 사이트) 옹호 논란도 일었다.

"공인으로서의 말하기와 그 이전의 말하기가 얼마나 다른지 이제는 정확히 보이는 것 같다. 맨 처음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다. 만약 공인으로서의 말하기가 어떤 건지 경선 시작 당시에 지금만큼 이해하고 있었다면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충분히 경각심을 갖지 못했고 굉장히 경솔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단어 자체에 대해 '이냐' '아니냐' 낙인찍기 놀이에는 동참할 수 없다. 저는 평범한 페미니스트다."

-'n번방' 사건은 어떻게 봤나.

"하… 청년 선거대책본부 발족식 이후 가장 강력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에서의 삶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피해자)에게는 디지털 성폭력, 성범죄, 성착취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총선을 위해 청년 선대본은 무엇을 할거냐 물었을 때 'n번방 문제로 싸울 것'이라고 했고 '지금 당장'이라는 관점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한동안 너도나도 외쳤다가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n번방 관련 입법도 잠잠해진 상태다.

"만약 정치권이 이번에도 반응하지 않으면… (엄중한 목소리로) 정말 큰 화를 면치 못하리라. 시민들이 가만두지 않으리라. (웃음) 사실 정치가 많이 비겁하지 않나. 그동안 국민적 동의,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많은 것들을 미뤄왔고, 그 합의들이 계속 미뤄졌을 때 시민들이 못 참고 쏟아져 나오면 그제서야 집행을 하는 방식이었다.

어제부터 우리 당에서 '지옥의 의원되기' 특훈(웃음) 이런 강의가 시작됐는데 배운 게 정말 많았다. 특히 '국회가 가진 능력이 있다면 그건 묻어버리는 능력'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데, 국회가 무언가 묻어버리는 장막이 있다면 그것을 뚫는 '송곳'으로서의 역할이 바로 정의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정의당으로서는 어려운 요즘이다. 앞으로 정의당의 과제는.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독자 노선으로 온전히 치른 첫 선거로 여러 곳에서 평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제야말로 왜 정의당이 의회 정치에 존재해야 하는지 그 존재의 근거를 국민께 드리는 숙제가 시작됐다고 본다. 그리고 정의당의 청년들은 굉장히 건강하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신념이 있다. 이 동력을 어떻게 확장해나갈지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다."

[서울=뉴시스] 정의당 비례 장혜영 당선인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스틸컷. 2020.04.26.(사진=시네마달 제공)
[서울=뉴시스] 정의당 비례 장혜영 당선인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스틸컷. 2020.04.26.(사진=시네마달 제공)
-앞으로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문제에서 많은 활동을 할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1호 법안이 뭐냐고 물어보면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사실 지금 이 시간에도 탈시설 장애 당사자인 제 동생의 곁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우리 국가나 사회가 아니라 제 '친구들'이다. 활동지원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국가가 가족에게 전가해왔던 돌봄의 역할을 국가가 고용한 사회복지 인력, 활동지원사가 대신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야 장애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인적, 물적 토대가 될 수 있다. 그 제도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약속이고 디지털 성범죄, 성착취에 대한 확실한 법의 눈을 만드는 것까지 두 가지가 초반에 애써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도 활동지원 서비스가 있지 않나.

"지금 제 동생이 받는 시간은 월 120시간이다. 장애인 등급제는 폐지됐지만 패러다임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의 활동지원사 입장에선 여러 사람을 더 서비스해야 생계가 유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200시간인 사람을 하려고 하지 100시간은 하지 않으려 한다. 게다가 발달장애인은 또 기피 대상이다. 그래서 보다 못한 제 친구들이 활동지원사 자격을 따서 국가로부터 받은 시간 이외의 시간을 사비를 들여서 봐주고 있다."

-더불어시민당 비례 최혜영(척수장애), 미래한국당 비례 김예지(시각장애) 당선인도 국회에 입성했다.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건 너무나 반길 일이라고 생각하고 과연 어떤 역할을 해주실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협력할 의제들도 아주 많다고 본다. 특히 저희는 저희만 가지고 법안 발의도 할 수 없기 때문에…(웃음) 소속된 당은 다르지만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의 대표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치 활동하면 더 바빠질텐데 동생이 안 좋아하겠다.

"동생은 더 좋아한다. (웃음) 왜냐면 잔소리할 사람이 없으니까. (웃음)"

-계속 동생과 살 계획인지.

"그렇다. 제 목표가 그거다. 동생이랑 같이 평범하게 할머니가 되는 것. 동생이 저랑 살기 싫다고 할 때까지 살 거다."

-장혜영에게 동생 혜정이란.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생각한다. 시작이자 끝이다. 저는 87년에 태어나 형식적으로 대한민국 민주화 이후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도덕 교과서에서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원칙을 시험보면서 자란 사람이지만 당장 내 곁의 동생, 한 시민의 삶이 제 삶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굉장히 오랫 동안 깨닫지 못했다. 배운대로 살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뒤늦게나마 온 몸으로 알려준 사람이 동생이다. 저에게는 선생님 같은 존재다."

-의원이라는 호칭은 어떤가.

"익숙하지 않다.
(웃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벌써부터 저한테 의원처럼 대하실 때 '개인 장혜영'한테 그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의회 정치가 있는 나라고, 그게 우리 사회를 굴려가는 원칙이라는 것에 입각해서 시스템을 존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으로서는 정말 겸연쩍어 죽을 것 같지만(웃음) 의원이 쑥스러운 건 아니기에,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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