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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전염병, 역학 그리고 통계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6 16:26

수정 2020.04.26 16:26

[차관칼럼] 전염병, 역학 그리고 통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이처럼 실감나는 봄은 처음이다. 겨울에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록이 무르익어 가면서 봄은 절정으로 향하고 있지만 우리 일상의 대부분은 아직도 겨울처럼 춥고 스산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근무형태라고 하는 재택근무가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않게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아이들 개학은 몇 차례 연기된 끝에 온라인으로 했다.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가 2020년도의 봄을 규정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은 '최상의 모범' 사례로 세계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국경을 폐쇄하지도 않고 경제와 사회생활을 멈추지도 않으면서 이룬 성과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각국에서 우리의 방역 노하우와 진단키트 등에 대한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에 기반을 둔 방역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에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발전한 의료기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전염병을 연구하는 학문인 역학(疫學)은 통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19세기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전투보다는 감염병으로 죽어가는 병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먼저 환자상태와 주변 환경을 꼼꼼히 기록하며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통계로 분석해 위생이 불결한 장소나 환자 밀집공간에서 사망률이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나이팅게일이 이 보고서로 행정관료를 설득해 대대적 환경개선 사업을 펼친 후 야전병원 내 사망률은 40%에서 2%로 감소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우리나라 대학생이 개발한 코로나맵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학생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분포 현황과 이동경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무료로 공개했다. 이처럼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통신인프라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의 결합은 방역 성공은 물론 편리한 온라인 유통 등을 통해 사재기 등의 혼란 없이 코로나19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통계청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업무제휴를 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모바일 빅데이터 기반의 유동인구 지도서비스도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정도를 소지역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활용됐다. 또한 통계청은 마스크 수급 논란 이후인 지난 2월 6일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 동향을 매일 점검해 왔다. 최근에는 5부제의 성공적 안착으로 마스크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다고 판단하고 일일 가격조사를 최근 주 2회로 변경했다.

진짜 능력과 실력은 위기가 다가왔을 때 드러나게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빅데이터 활용능력과 통계의 신뢰도도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시험대에 올라왔다. 지금까지 정부와 국민의 코로나19 대응은 성공적이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줄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대응태세는 유지하면서 일부 제한은 완화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자세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응한다면 조금 늦더라도 찬란한 봄은 우리에게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강신욱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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