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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산업의 핏줄,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7 18:04

수정 2020.04.27 18:04

[fn논단] 산업의 핏줄,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
얼마 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다. 그토록 소중하고 '산업의 핏줄'로 여겨졌던 석유가 이제는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얹어주고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유가에 대한 하방 압력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해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면서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매년 미국 셰일기업들의 생산 효율성은 수십%씩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최근 10년간 약 3배 급증했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계속 늘리는 것은 석유산업을 업으로 삼는 사우디와 러시아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압박이다.


이제 우리는 석유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과거 석유는 산업혁명의 핵심 희소자원으로 산업의 핏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희소하지도 않고, 산업의 핏줄 역할도 데이터에 내주는 상황이 됐다. 유가 추이에 대한 전망보다 더 중요한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또렷이 바라볼 수 있어야 다가올 미래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오늘날 석유의 자리를 빼앗은 것은 데이터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산업 구조를 변화시킨다.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클라우드 공간에서 모든 거래와 업무가 이뤄지도록 강제하고 있다. 아마존은 17만여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하며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 못할 정도로 장사가 불티나게 잘되고 있다. 미국뿐 아니다. 중국의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 마켓컬리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뿐 아니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자계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큐사인도,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도 서비스 이용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같이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압도하는 현상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진행되고 있던 글로벌한 메가 트렌드였다. 바이러스 창궐은 온라인 기반 산업의 성장에 엄청난 촉매재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역작 '레디플레이어원'에는 온라인게임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미래인류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실제 가상공간은 경제활동의 무대가 돼가고 있다. 과거에 없던 직업도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고 유튜버가 가장 대표적인 신직종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 중 상당부분이 투자될 곳이 5G,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분야다. 과거 4차 산업혁명의 핫한 미래 키워드였던 산업분야가 '신개념 인프라'로, 현재적 주도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 중심의 경제구조 변화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엔 정말 좋은 기회다. 인내심 부족한 한국의 모바일 소비자는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수천만의 얼리어답터 전사들이다.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으로 검증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한국의 막강 콘텐츠 창조 능력은 미국과 중국의 자본력으로도 카피할 수 없는 전가의 보도다.


우린 얼마나 데이터 중심 경제구조에 적응할 준비가 됐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 시대적 기회가 눈앞에 다가와도 과거에만 시선을 맞춰 놓고 다가올 미래에 눈을 감는다면 기회는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경제정책, 교육제도 모두 데이터를 중심에 두고 완전히 새롭게 판을 짜야 하는 시점이다.

정주용 비전크리에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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