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평양 인사이트] 40일 기다리고 난 뒤

뉴스1

입력 2020.04.29 13:00

수정 2020.04.29 13:00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편집자주]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 여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실한 사실 하나는 사실로 확인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뿐이다.

사태가 확장된 원인은 사실 언론 보도에 있다. 지난 20일 데일리NK의 '심혈관 시술' 보도에 이어 21일 CNN의 '위중' 보도가 나온 뒤 불과 아흐레 만에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이상하다"라는 지적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최고지도자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이 같은 지적은 '틀림'에 가깝다.

쉽게 정리하면 북한은 외국의 언론에서 제기한 최고지도자의 신변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 또 보란 듯이 공개활동을 보도하지도 않았다.

이번 국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2014년 9월의 잠행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40여 일 간 잠행했는데 결국 발목 수술을 받은 사실이 나중에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잠행에 들어가기 전 공식석상에서 다리를 저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리고 잠행이 3주를 넘어가던 시점에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의 기록영화를 공개하며 "불편하신 몸인데도 불구하고 인민들을 위한 지도자의 길을 불꽃처럼 계속 나아가신다"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사실상 잠행의 힌트를 준 것이다. 이후 40여 일 만에 복귀한 김 위원장은 한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다니면서도 일주일 간 공개행보를 몰아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에는 어떤 힌트도 없었다. 갑작스레 나온 보도로 인해 파장이 커졌고, 북한은 늘 그랬듯 침묵을 유지하며 '정면 돌파전'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하루 김 위원장이 나오지 않는 날짜를 세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올해 초에 21일가량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적이 있다. 그때는 이런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작년에도 23일 간 잠행한 적이 있다. 작년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포함한 '발사체'를 연속으로 발사했을 때인데도 누구도 그의 잠행에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미 여론을 들끓었고 김 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를 전례 없이 높아졌다. 처음 시작의 원인과 무관하게 지금 상황에서 언론이 갑자기 이 사안에 관심을 끊기는 쉽지 않다.

다만 지금 미국과 한국의 정보망이 그야말로 '풀가동' 되고 있다. 북한이라는 체제도 김 위원장 하나 숨기자고 온 국가의 산천이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정부는 초기부터 "북한에 특이 동향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정보를 다루는 한 당국자는 나에게 "북한 관련 정부 입장은 전례 없이 단호한 편이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도 경제 시찰에 나서고 주요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 시내의 풍경도 전과 다르지 않다. 그저 의구심을 제기하고 난 뒤 "북한이 답이 없으니 이상하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차분한 동향들이다. 우리는 마치 북한에 반드시 변고가 있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도 같다.

북한에 아무 일 없으니 신경을 끄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답은 정해져 있는 문제이니 조금 더 차분해도 된다는 뜻이다. 특히 언론이 들끓으면 여론은 악화되고, 으레 이상한 쪽으로 튀기 마련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잠행했던 최장 기간은 설명했던 바와 같이 40여 일이다.

지난 11일 정치국 회의 이후 그는 18일째 잠행하고 있다.
'기록'에 비하면 반도 못 채웠다. 올해 기록(21일)조차 넘지 못했다.
나 역시 온갖 신경은 북한에 가 있지만, 그래도 40일은 일단 기다려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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