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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재난지원금 기부, 울며 겨자먹기식은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5 16:18

수정 2020.05.05 16:18

코로나19 사태로 고초를 겪고 있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 가구 등 시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280만가구에는 신청하는 수고 없이 본인의 계좌로 현금이 입금된다. 나머지는 긴급재난지원금 홈페이지에서 조회 후 신청해야 한다. 신청 단계에서 기부의사를 밝히거나 수령 후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기부할 수 있다.

정부는 기부참여를 공개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기업의 임직원들과 종교인들 포함하여 사회 곳곳에서 기부의 뜻을 모아가고 있다"며 "일선 지자체에서도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각계각층의 기부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이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될 일"이라고 강제성 기부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자발적 기부의 성격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형식만 자발적 기부일 뿐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 식의 강요된 기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기부지수와 기부순위는 국력에 비해 한참 낮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의 세계 나눔 지수(World Giving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8년 10년 누적 기준으로 한국의 기부순위는 126개국 중 38위였다. 우즈베키스탄, 파라과이, 레바논 등이 우리와 비슷한 지수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순위는 중하위권인 20위였으며 칠레나 슬로베니아보다도 낮았다.

대통령의 기부 독려 이후 국회의원 세비 기부, 공무원 및 공공기관, 공기업 임직원의 단체기부 행렬이 잇따를 전망이다. 다음 순서는 기업이다.
기업의 총수나 기업 입장에서 기부는 준조세의 다른 이름이다. 현재 기업 임직원 명의의 재난지원금 단체기부가 기업단위 기부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기부를 만드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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