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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코로나로 드러난 복지 사각지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8:20

수정 2020.05.06 18:20

[fn논단] 코로나로 드러난 복지 사각지대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이 마침내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현금을 지원하는 국가로는 미국(1인당 1200달러)과 일본(1인당 10만엔)이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코로나19 충격이 훨씬 큰데도 불구하고 일회성 현금을 지급한다는 국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인색할까. 반면 복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은 정부가 선뜻 현금성 급여 지급을 결정했을까. 이유는 간명하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복지시스템이 잘돼 있어 이런 경제위기에서도 자동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일회성 제도를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다.

무상의료를 자랑하던 영국 등 국민의료서비스(NHS) 국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의료시스템 공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독일 등 국민건강보험(NHI) 국가들은 의료시스템의 우위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보건의료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능력이 호평을 받은 이유는 건강보험제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거치면서 전염성 질환에 대한 대응체계를 향상시켜왔고, 극심한 황사와 미세먼지 등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양질의 마스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효율적인 진단키트의 신속한 개발을 가능토록 했다. 또한 발전된 정보기술(IT)과 네트워크가 질환자의 효과적 관리를 가능하도록 뒷받침했다. 그리고 국민소득 3만달러에 부응하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긴급상황에서 질서 있는 국민행동을 연출했다. 즉 특정 모듈 하나가 잘돼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조화롭게 작동했기 때문이고,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건의료시스템은 진가를 보였지만 취약한 사회안전망은 시급히 보완할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었든 아니든 무차별적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된다. 소요재원 14조3000억원은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매달 25만∼30만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 1년 예산에 버금하는 규모다. 이를 세금으로 조달하자면 국민 1명당 27만5000원씩 부담해야 하는 엄청난 규모다. 정부는 여유 있는 계층은 지원금을 기부하라 유도하고 있지만 지원금 재원을 대부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사람에게 기부하라 하면 이들에게 부담을 이중적으로 가중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

그렇지만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불안정한 일자리, 은퇴 혹은 질환으로 생계가 어려운 국민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은 정규직 근로자 위주로 편성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과 저소득 빈곤층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공공부조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제도 사이에서 상당수 국민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자영업자 비중이 취업자의 절반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이들 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은 매우 엉성하다.
4차 산업혁명 진전으로 플랫폼 종사자가 늘고 있지만 불안한 일자리를 안정시켜줄 사회안전망은 준비돼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의 경제적 어려움이 단발성 현금지원에 목말라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일회성 선심성 정책에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최근 선거에서 보았다.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한 복지시스템 재구축 방안을 논의할 때가 왔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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