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국내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중국·러시아서 유입"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7 11:00

수정 2020.05.07 11:00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입 추정경로 /사진=환경부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입 추정경로 /사진=환경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7일 국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원인과 전파경로 등을 분석한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공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채취한 야생멧돼지 시료 1만6809건 중 585건(약 3.5%)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역별 양성건수는 연천 230건(39.3%)과 화천 222건(37.9%)이 제일 높았으며, 파주 96건(16.4%), 철원 29건(0.5%), 양구 3건(0.5%), 고성 3건(0.5%), 포천 2건(0.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발생한 파주 북부, 연천 북서부, 철원 북부 지역은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출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반면 연천 동부, 화천 중부, 양구 북부 및 고성 북동부 지역은 올해 이후 신규 발생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해당 바이러스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검출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모두 유전형Ⅱ로 확인됐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와 동일한 유전형으로, 동유럽(조지아공화국)에서 발생해 유럽과 아시아(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 유입경로 역시 러시아·중국에서 유행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발생지역들의 발생시점 등 최초 유입 및 확산 양상을 분석한 결과 철원, 연천, 파주는 모두 남방한계선 1km 내에서 발생이 시작됐다. 올해 4월 3일 처음 확진된 고성군도 남방한계선에 근접(약 0.2km)한 지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지난 2월에 실시한 비무장지대 환경조사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유입경로는 하천, 매개동물, 사람 및 차량 등의 가능성이 있으나, 정확한 유입경로 규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추이 /사진=환경부 제공
지역별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추이 /사진=환경부 제공

또 국내 유입 이후 발생지역 내에서의 전파 경로는 주로 감염된 멧돼지 또는 폐사체 접촉인 것으로 판단했다.

멧돼지 간의 전파는 가족집단 내 얼굴 비빔, 잠자리 및 먹이공유 등의 행동과 번식기의 수컷 간 경쟁 또는 암수 간의 번식행동 시 멧돼지 간의 접촉을 통해 일어난다. 비빔목, 목욕장 등 멧돼지 생활환경이 감염 개체의 분뇨, 타액 등으로 오염된 경우 이를 이용하거나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멧돼지가 감염된 폐사체의 냄새를 맡거나 주변 흙을 파헤치고, 폐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섭취하는 과정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다만 기존 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7~33km)에서 새롭게 발생한 화천군 풍산리,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 일부 사례는 수렵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멧돼지 이동차단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는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 또는 지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접경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광역 울타리는 약 99.5%의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역학조사와 분석을 통해 정확한 유입 및 전파경로를 규명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가칭)의 조속한 개원을 통해 상시적이고 신속한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