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무급휴직 보낸 항공사의 120억짜리 계약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7 17:09

수정 2020.05.07 17:09

[기자수첩] 무급휴직 보낸 항공사의 120억짜리 계약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이 국민의 70%냐 100%냐를 두고 3조원 차이로 야단법석이었는데,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는 40조원에 대해서는 왜 조용한가."

정부가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항공, 조선, 해운 등 7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40조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마련, 집행에 나서면서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기간산업이 갖는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재난지원금 3조원을 두고 정치권 내 공방이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 기간산업에 제공된 정부의 지원금은 한 푼 한 푼이 적절하게 쓰여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지원의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아시아나항공을 보면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산업 측에 지급한 상표권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22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 금호산업과 금호산업 소유의 상표사용 계약을 연장키로 의결했다.
아시아나가 공시한 상표권 금액은 119억4600만원이다. 아시아나는 2007년 통합 기업이미지(CI) 소유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윙(날개)' 마크 사용에 대한 상표권 계약을 한 후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다. 계약 연장은 지난해 계약이 종료되면서 연장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지연되면서 상표권 계약연장도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지만, 지난해 1조6000억원에 이어 올해 1조7000억원의 세금지원을 받은 항공사가 할 말은 아니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는 '금호(ㄱ)' 마크를 지우면 이륙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HDC가 아시아나 인수를 무기한 연기한 배경에 이번 계약연장도 포함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시아나 내부 구성원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 크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면서 무급휴직을 강요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아시아나 항공화물 관련 조종·정비사들은 여객부문과 달리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호에 줄 돈은 있으면서 졸라맬 허리띠도 없는 직원들 월급은 주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정부가 항공업에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를 위함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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