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대받던 아들 두고 온 게 恨… 생사만 확인했으면" [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1 16:55

수정 2020.05.22 11:15

이혼 후 전 남편과 살던 아들 이사
행방 추궁했지만 끝내 답 못 들어
"몸에 상처 보고도 못 구해 죄책감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황성윤씨(46, 당시 8세)는 1982년 11월 1일 서울특별시 양천구에서 실종됐다. 오른쪽 코에는 사마귀가 있었으며, 왼쪽 이마에 연탄집게로 찍힌 흉터가 있다. 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황성윤씨(46, 당시 8세)는 1982년 11월 1일 서울특별시 양천구에서 실종됐다. 오른쪽 코에는 사마귀가 있었으며, 왼쪽 이마에 연탄집게로 찍힌 흉터가 있다. 실종아동전문센터 제공
"엄마가 돈 벌어서 데리고 가라는 아들을 두고 왔으니, 한이 남았죠.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살아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그걸로 만족하겠어요."

38년 전 외동아들과 이별한 김길임씨(64)는 아들을 만나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학대받던 아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수십년 못 만난 그리움이 사무쳐 있었다.


11일 실종아동전문센터에 따르면 황성윤씨(46, 당시 8세)는 1982년 11월 1일 서울특별시 양천구에서 실종됐다. 이혼 후 아버지의 집에서 살던 황씨가 이사를 가면서, 어머니인 김씨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실종 며칠 전까지도 아들과 만났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81년에 이혼한 후, 이듬해 '내가 아들을 기르겠다'며 전 남편의 집으로 찾아갔다"며 "아들이 '엄마, 말 잘들을게 데리고 가'라고 울며 말했지만 당시 일하던 식당에서 살고 있어 데리고 오지 못했다"고 사정을 전했다.

식당 주인에게 '아들을 데려와도 좋다'는 허락을 얻은 김씨는 며칠 뒤 다시 전 남편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웃들은 전 남편이 얼마 전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것이 아들과의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아들이 전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아들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연탄집게로 쑤신 상처가 있었다"며 "주변 가게 주인의 말로는 아들이 이사 가기 3일 전부터 없어졌다고 하며, 책가방도 쓰레기통에 버린 채 이사를 갔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전 남편과 연락이 닿아 아들의 행방을 추궁했지만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김씨는 "전 남편에게 '생사만 알려달라'고 물었지만 '죽지는 않았다'고만 할 뿐 행방을 알 수는 없었다"며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며 심정을 전했다.

어머니 김길임씨와 아들 황성윤씨가 1979년 경 서울 양화동 양화인공폭포로 나들이를 가 찍은 사진. 김씨는 "이 때를 기억하면 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김길임씨 제공
어머니 김길임씨와 아들 황성윤씨가 1979년 경 서울 양화동 양화인공폭포로 나들이를 가 찍은 사진. 김씨는 "이 때를 기억하면 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사진=김길임씨 제공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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