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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IMF의 흑역사, 이번에도 반복될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1 18:55

수정 2020.05.11 18:55

[fn논단] IMF의 흑역사, 이번에도 반복될까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이후 한국 경제가 역(逆)성장, 즉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경우는 딱 두 번이다. 2차 오일쇼크가 절정에 달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일제히 역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아무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전망이지만 -12%라는 실소를 금하기 어려운 숫자를 떡하니 제시하고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신용평가사나 투자은행들은 고객들의 투자 리스크도 책임져야 하기에 보수적 의견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공신력이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마저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예측했다. 이리 보면 역성장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주 무식하고 쓸데없이 용감한 필자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역성장이 아님을 주장해 본다. 가장 큰 근거는 IMF의 흑역사(黑歷史·없었던 일로 치거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 때문이다. 과연 IMF가 지난 4월 전망한 -1.2%는 충분한 합리성을 가지고 도출된 숫자일까 하는 의심을 해본다. 이번 IMF의 전망 보고서는 그 연구가 3월과 4월에 집중됐을 것이다. 당시 서구사회는 공포가 이성을 지배하던 시기였다. 많은 경제 분석가들이 지구종말론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처음 경험해 보는 좀비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바이러스 쇼크'에 극도로 당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 2월 필자도 그런 공포감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숫자들은 종종 '오버(정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행동함 또는 그런 행동)'가 된다. IMF가 오버한 흑역사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난 금융위기 때다. 당시 충격이 가장 컸던 2009년, 역시 4월 보고서에서 IMF는 200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했다. 실제 성장률은 0.8%였다. 이쪽 표현으로는 '똥 볼(축구 경기에서 골문을 크게 벗어난 슛을 이르는 말)'을 제대로 찼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좋은 쪽으로 바라본다면 다른 측면의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가 이만큼 어려우니까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에 적극 힘써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 이유라면 꽤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필자이지만, 합리적으로 보면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아무것도 안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3차 추경의 성격을 '뉴딜'로 가져가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성장률이 얼마이든 올해 한국 경제가 심각한 불황 국면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상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말도 안 되는 바이러스 충격을 잘 이겨낼 것이라는 예상도 또한 분명하다. 이겨낼 것이다. 그것도 잘 이겨낼 것이다.
아무튼 올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지는 내년 초에나 확인할 수 있다. 그때 가서 필자가 틀렸다면 그리고 그때도 여기서 칼럼을 쓰고 있다면 사과하겠다.
그런데 그때까지 이 글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가 있을지나 모르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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