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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 국민 고용보험, 증세 없이 지속가능할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1 18:55

수정 2020.05.11 18:55

전 국민 고용보험 구상이 한층 탄력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내년(2021년)부터 특수고용직 종사자, 플랫폼노동자, 예술인들이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를 넘나든다. 4·15 총선에서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도 적극적이다. 고용보험 확대는 이제 대세다.


여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고용보험을 실시한 지 25년이 흘렀다.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이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낸 보험료로 조성한다. 그런데 고용보험 틀 안에 들어온 근로자가 전체의 절반에 그친다. 스스로 '사장'이면서 근로자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제도권 밖에 있다. 현행 체제 안에서도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 부담 때문에 이를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돈이다. 모든 취업자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주려면 돈이 많이 든다. 아직 고용보험기금 자체는 흑자다. 하지만 지난 2년 연속 적립금을 까먹었다. 지난해에만 마이너스 2조원이 넘는다. 올해는 더 심한 적자가 예상된다. 들어온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금(실업급여)이 더 많기 때문이 다. 문재인정부는 실업급여 지급액을 높이고 지급기간을 늘렸다. 이 추세로 가면 머잖아 기금이 펑크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자라는 돈은 예산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데, 예산은 결국 세금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한다. 좋은 뜻이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 국민 고용보험 구상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증세도 함께 거론돼야 한다. 복지를 넓히려면 수혜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조세부담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증세를 외면한 채 국채 발행에만 의존하면 나라 경제가 망가진다.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에 앞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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