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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개인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자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2 17:08

수정 2020.05.12 17:08

[한미재무학회칼럼] 개인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자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월 19일 3386을 기록한 후 3월 23일까지 약 34% 하락, 2237이 됐다. 그 후 34%를 회복해 최근엔 거의 3000에 다다랐다. 비슷한 시기 코스피 지수도 최고 2277에서 36.8% 하락해 최저점 1439에 이르렀고, 34.5% 회복해 5월 11일 1935로 마감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기록적 급하락과 급반등뿐 아니라 최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 가격의 패닉성 변동, 사상 초유의 WTI 원유 선물 마이너스 가격을 경험했다.

올 1·4분기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증권계좌를 열고 수조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으로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면서 자본이득에 대한 양도세가 없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어느 정도 몰린 측면도 있다.
초반에는 개인들의 투자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대형우량주에 집중됐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파생상품에 기반한 상장지수펀드(ETF), 특히 원유선물 ETF에 투기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레버리지, 인버스, 곱버스(곱하기+인버스) 등의 생소한 단어들을 신문 방송에서 많이 듣게 되던 시기에 금융당국과 업계의 우려 또한 커졌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다른 점이 많다. 펀드매니저라고 해서 위험 대비 높은 수익을 지속적으로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기관의 투자정책과 안전장치로 인해 인간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개인에 비해 낮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교수 덕에 잘 알려진 행동재무(behavioral finance)는 개인들의 심리학적 편향 및 오류를 많이 알려준다. 예를 들어 손실을 보고 있는 종목을 이미 투자한 금액 때문에 추가매수하는 '물타기'는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때문이며, 참조그룹에 비해 손실을 보는 위험을 줄이고자 대세를 따라 투자하는 것은 군집행위(Herding behavior)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학적 현상이지만 투자에서는 약점이 된다.

필자는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심리학적 편향으로 과신(overconfidence)을 꼽는다. 심리학은 절반을 훨씬 넘는 사람들이 본인은 평균보다 잘한다고 생각함을 밝혀왔다. 과신편향은 본인의 능력에 의해 보상이 결정되는 조건, 즉 주식투자와 같은 상황에서 성공 확률을 과대평가한다. 당연히 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부채를 더 사용하고, 거래를 빈번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과신편향의 투자자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재무학의 위험과 기대수익 관계의 한 면만 본 것이다. 높은 수익을 추가하면 손실 위험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의 투자금액은 시장에 비해서 미미한 수준이므로 단기 고수익 추구보다는 반복된 게임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 즉 생존이 장기수익의 필수 조건이다. 원금을 손실한 투자자는 시장을 떠남으로써 미래수익을 포기당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며, 심리학적 편향을 극복하는 것이 투자의 첫걸음이다. 반면 개인의 가장 큰 친구는 시간이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월, 분기, 연 단위로 실적을 보고해야 하지만 개인은 은퇴까지 최대 40~50년을 기다릴 수 있다. 투자기간이 길면 아주 안전한 투자로도 충분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세 투자자가 월 50만원을 실질수익률 연간 3%로 계속 투자하면 60세 은퇴 시 3억원에 달하는 은퇴자금이 모아진다. 이 자금은 100세까지 40년 동안 현재가치 104만원의 실질소득을 매월 공급하고, 여기에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을 합하면 안정된 은퇴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건투를 빈다.

백형기 美 노바사우스이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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