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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습비용 달라" 해운조합 상대 정부소송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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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해진해운 대신해 공제금 소송 이미 한국산업은행이 질권자로 설정 법원 "정부, 채권자 대위권 요건 안돼" "확정 판결로 요건 돼도 기각될 운명"

"세월호 수습비용 달라" 해운조합 상대 정부소송 각하
[목포=뉴시스]변재훈 기자 = 지난해 4월13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세워져 있다. 2019.04.13. wisdom21@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정부가 2016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수습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달라며 한국해운조합과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각하됐다.

청해진해운이 보험금 청구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자인 정부가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소송을 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동욱)는 13일 정부가 한국해운조합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1810억여원의 공제금 등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판결이다.

세월호의 소유자인 청해진해운은 한국해운조합과 선박공제계약을 체결했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는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선박보험은 배의 항행과 정박 등에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고, 선체보험은 배의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한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후 선박 침몰사고와 관련해 수난구조, 피해자 유실 방지 등 원인 파악과 사고수습을 위해 비용을 지출했다며, 채권자로서 청해진해운을 대위(제삼자가 법률 지위를 대신)해 공제금 및 보험금 지급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부가 청해진해운을 대위해 보험금 청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인데 대위권 행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소송이 부적합하다고 보고 각하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무자인 청해진해운이 제삼자인 한국해운조합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대한 공제금청구권과 보험금청구권에 이미 질권(채권 담보로 받은 물권) 설정돼 정부가 채권자 대위권 행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채권자 대위권 행사의 요건인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존재하고 채무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 있으나 스스로 권리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는 뜻은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게 하는 법률적 장애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이 사건은 대위 요건에 의해 본안 판단없이 각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352조(질권설정자의 권리처분제한)는 '질권 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이 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에 재판부는 "제3채무자에 대해 질권이 설정된 채권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고, 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산업은행이 한국해운조합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113억여원의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청해진해운의 질권자는 한국산업은행으로 설정됐다. 한국산업은행은 청해진해운에 대한 약 210억 상당의 대출금 채권을 갖고 있었다.

이미 한국산업은행이 질권자로 인정된 이상 청해진해운은 보험금 청구 이행을 청구할 수 없고, 이는 청해진해운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적 장애에 해당한다.

결국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이 보험금 청구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자인 정부가 청해진해운에 대한 대위권을 행사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월호 수습비용 달라" 해운조합 상대 정부소송 각하
[목포=뉴시스]변재훈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해 4월13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세워져 있다. 2019.04.13. wisdom21@newsis.com
아울러 재판부는 만약 소송 요건이 갖춰져도 앞서 확정 판결 취지에 따라 기각 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산업은행이 낸 소송은 세월호의 증·개축 공사, 과적, 부실고박 등으로 인한 사고라는 점이 인정돼 한국해운조합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책된다고 판단됐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고, 2018년 12월 판결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당시 정부에 소송 참여 고지가 됐고, 정부가 보조참가해 효력이 같다"며 "보조참가한 소송 판결이 나면 보조참가인과 피참가인 사이에 다툴 수 없는 효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건도 똑같은 청구고, 쟁점도 같다"면서 "참가효력으로 인해 선행 판결에 따라 소송이 기각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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