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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정의연 회계 논란, 감사공영제 도입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3 17:31

수정 2020.05.13 17:31

[fn논단] 정의연 회계 논란, 감사공영제 도입을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사용이 불투명하다며 더 이상 수요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지 나흘 만인 11일에 정의연이 기자회견을 열고 할머니께 사과를 드렸다. 그러나 정의연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무엇보다도 정의연은 기부수입 중 41%만이 피해자 지원사업비로 집행된 것과 관련, 정의연의 사업범위가 피해자에게 직접 후원금을 전달하는 사업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시된 피해자 지원사업 예산만으로 정의연의 피해자 지원사업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시한 기부금 사용내역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실무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고쳐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정의연의 후원금 회계논란을 바라보면서 지난 30년 동안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활동들이 폄하되고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정의연의 회계논란 소식에 일본에서 "이것이 코리안 스타일이다" 또는 "한국은 거짓과 날조의 나라"라며 본질을 왜곡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가슴 아프다. 이렇듯 정의연과 같은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은 규모와 상관없이 국가의 품격이 거론될 만큼 공공성이 높다. 정의연이 진실한 설명을 했더라도, 지금 상황은 공시된 내용 이외의 어떤 설명으로도 후원금 회계논란을 쉽게 설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국세청도 정의연에 7월까지 결산서류 재공시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의연은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답변대로라면 변호사와 회계법인을 통해 내부감사를 받아 왔다. 그러나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는 내부감사는 감사의 실효성을 무력화할 수 있다. 정의연은 결산서류의 재공시 때 이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비영리조직의 현실을 봤을 때 정의연의 가혹하다는 소리를 마냥 도외시할 수만은 없다. 정의연 등 많은 기부단체와 공익법인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고 싶더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공성이 강한 비영리조직의 회계 투명성을 이렇게 계속 방치한다면 이번 정의연 사태는 필연적으로 다른 부문에서 반복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릴 것이다.

따라서 해당 논란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의연처럼 공공성이 강한 비영리조직에 '외부감사의 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 외부감사 공영제란 공공성이 강한 비영리조직의 회계감사를 우리 사회의 공공재로 인식하고, 정부나 독립된 제3자가 회계감사인을 선임해 외부감사를 수행하되 해당 감사비용도 사회적 측면에서 분담하는 방안이다. 이런 감사공영제는 이미 해외에서 도입·적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미 감사공영제 도입 필요성에 상당히 동의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제출된 연구보고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공익법인의 84%, 공동주택의 82%, 사학기관의 84%가 감사공영제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울먹인 정의연의 마음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공익법인과 비영리조직에 대한 감사공영제 도입이 시급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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