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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세계 각국이 함께 겪는 코로나 위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4 17:17

수정 2020.05.14 17:17

[여의나루] 세계 각국이 함께 겪는 코로나 위기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서강대 국제대학원 한국경제발전론 강의실은 작은 국제연합이라 해도 좋을 만하다. 중국 학생들이 3분의1가량을 차지하고 미국 학생들이 없는 점을 제외하면 유럽, 동남아 및 서남아, 중앙아시아, 남미와 중미 등의 다양한 나라들, 심지어는 아프리카 수단에서도 한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니 지나친 말은 아닌 셈이다. 한국 학생은 10% 미만이고 일본, 대만, 몽골 학생들도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중간시험을 대신해서 제출할 것을 주문한 소논문 주제들 중에 '코로나19로 자신의 나라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들의 상황, 정부 대책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적으라'는 제목을 포함해 보았다.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학생들은 학기 초부터 파악해 두었던 자신들의 출신 성(省)의 사례를 다루게 해서 다양성을 확보했다. 대다수 학생이 이 제목을 선택한 것을 보면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의 최대 근심거리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이 경쟁하다시피 내놓은 '봉쇄조치'의 여파는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소속 대륙을 불문하고, 각국에서 비슷한 산업들을 덮친 것 같다. 가장 많이 언급된 산업이 관광산업이었는데, 항공산업을 구체적으로 다룬 학생도 많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관광선진국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과 브라질 같은 남미의 대표국가도 마찬가지였다. 각국 정부의 구제 노력들도 우리나라와 거의 다를 바 없는 것을 보면 코로나19 발발과 그에 이은 세계 각국의 봉쇄조치가 사람들의 이동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발생한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몇몇 특이한 케이스들이 눈에 띄었는데 국제 비즈니스 연결망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주요 수출부문이 언급된 것이 그 예다. 칠레의 구리산업, 이탈리아의 화훼를 비롯한 농업, 알바니아의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는 대표적 산업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케이스는 포르투갈 학생이 코르크산업을 다룬 예라 할 것이다. 유럽 주요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사용하는 코르크를 기후여건이 적합한 포르투갈에서 공급해 온 것인데 그것도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케이스로는 멕시코 학생이 다룬 지하경제(informal sector)인데, 대인접촉이 필수적인 이 분야가 명시적인 피해 케이스로 언급되고 정부도 조치를 강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채로웠다.

중국의 경우는 성별 경제적 특성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중국 역시 국내의 모든 교류가 혼란을 겪으면서 쓰촨성의 서비스산업, 산시성의 소매업, 베이징의 의료관련 산업 등의 어려움이 거론됐고, 코로나19 발원지와 가까운 후난성 학생은 제조업의 어려움을 다뤘으며, 지린성 학생은 자동차산업을 구체적으로 다뤄 주요 제조업 지역들이 곤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황해 연안에 위치한 산둥성과 저장성 학생들은 수출 관련산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이 점도 쉽게 이해할 만하다. 쓰촨성의 다른 학생과 광둥성 학생이 각각 영화산업의 위기를 다룬 점과 신장웨이우얼 출신 학생이 중국 전체 음식료산업의 혼란을 언급한 점은 흥미롭게 주목할 만하다.


종합해 보면 거의 모든 나라들이 국제거래와 대면접촉 단절,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관련된 산업에서 큰 곤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적 혼란의 특성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해결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우리 산업의 숙제이기도 하다.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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