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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윈윈 모델 제시한 삼성·현대차 배터리 동맹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4 17:17

수정 2020.05.14 17:17

라이벌 의식은 시대착오
경제 민족주의 대비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50)이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났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차세대 배터리 공급을 놓고 논의가 오갔다. 청와대 모임 등 공식 행사가 아닌 곳에서 두 사람이 업무상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삼성과 현대차 그룹은 라이벌 관계를 보였다. 기업문화도 판이하게 다르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이 치밀한 전략가라면 현대를 세운 정주영은 불도저형이다.
2세 이건희와 정몽구도 데면데면했다. 3세 이재용과 정의선의 만남은 그래서 더 신선하게 와닿는다.

사실 두 그룹이 그동안 소 닭보듯 한 것이 잘못이다. 삼성전자는 현대차를, 현대차는 삼성전자를 그 누구보다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4년 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했다. 또 삼성SDI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경쟁사와 싸우는 중이다. 삼성이 현대차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은 실리적인 선택이다.

현대차에도 삼성전자·SDI는 아주 요긴한 파트너다. 자동차는 이제 전자제품으로 분류된다. 해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전자쇼(CES)에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대거 참가한다. 올해 초 현대차는 CES에서 미국 우버와 함께 파격적인 개인용비행체(PAV) 모델을 선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임직원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의 미래를 자동차 50%, PAV 30%, 로보틱스 20%로 내다봤다. 미래를 생각할수록 반도체·배터리를 만드는 삼성은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이재용·정의선 회동은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하여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분야에 깊숙이 발을 담갔고, 현대차는 미래차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한국이 선도형 국가로 거듭나려면 재계 1·2위인 삼성·현대차의 전략적 동맹이 필요하다.

전기차 배터리만 보면 현재 1위 LG화학을 필두로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는 경제민족주의 색채가 짙어졌다. 해외공장 U턴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삼성·현대차 동맹은 코로나 이후에 대비하는 선제적인 윈윈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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