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스승의 날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4 17:17

수정 2020.05.14 17:17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선생님 얼굴을 아직 못 봤다. 코로나19발 개학연기로 부모가 새 교과서를 수령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학교로 갔을 때 내가 담임을 봤다. 분명 여자 이름인데 남자 선생님이었다. "어…" "네…" 서로 웃었다. 아들에게 얘기했더니 그날 일기 숙제에 선생님이 어떻게 생겼을지 정말 궁금하다고 썼다. 코로나19 시대 우리는 많은 걸 새로 경험한다.


스승은 자신을 이끌어 가르침을 준 사람을 말한다. 어원을 따져보면 신라시대 '차차웅(次次雄)'의 발음이 사사웅에서 스승으로 바뀌어 지금처럼 됐다는 주장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차차웅이 존장의 칭호로, 오직 임금만 칭하는 것으로 나온다. 스승이 높은 승려를 일컫는 단어 '사승(師僧)'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사승이 변해서 스승이 됐고, 사님은 스님으로 됐다는 것이다. 뭐가 맞든 스승에는 존경과 높으신 분이라는 뜻이 담겼다는 건 같다. 율곡 이이의 '학교모범'은 과거 스승의 위치가 어땠는지 보여준다.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에서 봐서 안되고, 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된다. 웃는 일이 있더라도 이를 드러내서는 안된다."

스승을 기념하는 날은 나라마다 최고 위인의 탄생일과 관련이 있다. 대만은 공자 탄신일인 9월 28일, 인도는 라다크리슈난 대통령 생일인 9월 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1965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로 했다. 오늘(5월 15일)이 그날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권침해로 신음하는 교사들이 크게 증가했다. 학부모나 학생의 폭행·폭언 등으로 교원단체에 상담을 요청한 교사가 최근 10년간 두배로 늘었다. 명예퇴직 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내놓은 교권침해보험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서울시교육청은 신변위협을 느끼는 교원을 대상으로 긴급경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요청이 들어오면 접수 즉시 2인1조 경호인력을 5일간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씁쓸한 '스승의 날'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