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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코로나 시대의 스포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5 06:00

수정 2020.05.15 17:44

[월드리포트]코로나 시대의 스포츠
이달 미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핫 이슈는 새벽에 중계되는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였다.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연기되면서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은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먼저 개막한 KBO 리그 중계권을 사들였다. 야구팬들은 태평양 건너편 한국 리그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고, 처음 보는 팀의 팬을 자처하기도 했다. 현지 KBO 리그 팬사이트인 '마이KBO'를 운영하는 댄 커츠는 주간지 옵서버와 인터뷰에서 "비록 KBO 리그가 무관중 경기로 재정적 손해를 보고 있지만 ESPN과 중계 계약을 맺은 것은 장기적으로 리그와 팀 모두에 큰 기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KBO 리그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세계 주요 스포츠 단체와 업계는 코로나19로 프로경기가 멈춘 지금 KBO처럼 다른 수입원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MLB 구단주들은 지난 11일 회동에서 오는 7월 초에나 리그 개막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는 당초 6월 12일 경기를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1주일 더 연기하기로 했다. 독일 프로축구(분데스리가)는 16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다른 대형 유럽 리그들은 이달 안에 재개되기 어렵다.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시 오는 6~7월로 미뤄졌다. 이 외에도 테니스, 복싱, 포뮬러1(F1) 등 수많은 프로 스포츠들이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 노출 수입을 분배하는 리그와 산하 팀들은 경기 중계권 판매가 막히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노출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선수들의 현장 경기가 어려워지자 NBA 스타들이 가상으로 참여하는 e스포츠로 눈을 돌렸다. ESPN은 이달 발표에서 농구 게임인 'NBA2K'의 이번 시즌 경기를 리그 창설 이후 최초로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출범한 NBA2K 리그는 게임 리그지만 실제 NBA 구단들이 리그 내 e스포츠팀들을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NBA의 마크 테이텀 부총재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과 인터뷰에서 마이클 조던 다큐멘터리 제작, SNS를 통한 선수들의 자가격리 파티 생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단 NBA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명의 스포츠팬들이 콘텐츠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WEF는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리그 자체를 바꾸진 않겠지만 콘텐츠를 전달하는 미디어 시장을 뒤흔들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NBA, MLB 등 주요 리그들은 경기 생중계가 퇴색되면서 방송사를 건너뛰고 유튜브나 자체 스트리밍 채널을 동원해 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WEF는 아마존이 지난해 4·4분기에 영국에서 EPL 스트리밍을 시작하자마자 구독자가 35% 늘었다며 방송사가 스포츠팬들을 묶어두는 힘이 이미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지역지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은 이달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멀리 떨어진 가족들이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함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가 현실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현상은 스포츠용품 업계에 호재가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업계 박람회인 국제스포츠용품전시회(ISPO)가 지난 13일 발표한 회원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3%의 소매상이 올해 3월 전월 대비 매출 감소를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한 소매상의 20%는 지금 당장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길 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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