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뻔한 결과다. 고용보험은 복지다. 복지 혜택을 넓힌다는 데 찬성률이 높게 나온 게 당연하다. 사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찬성이 아니라 반대다. 같은 설문에 반대가 23%, 매우 반대가 4.5%로 나왔다. 둘을 합치면 28%에 가깝다. 줄잡아 국민 10명 중 3명꼴로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왜 반대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창용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중앙일보 인터뷰(5월 15일자)에서 "고용보험 확대에 필요한 증세와 기존 지출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고용보험 확대는) '부자 증세'만으론 해결하지 못한다"며 "부가가치세(소비세)를 안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핵심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증세가 선결과제다. 만약 설문에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실시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넣었다면 찬성률은 뚝 떨어졌을 게 틀림없다. 종래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복지는 찬성, 증세는 반대 패턴이 되풀이됐다.
정직한 정부라면 전 국민 고용보험 생색을 내기에 앞서 증세의 불가피성부터 호소하는 게 순서다.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 국가들의 국민부담률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국민부담률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합친 개념이다. 고용보험 수혜대상을 모든 취업자로 넓히려면 세금은 물론 고용보험료도 더 걷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스웨덴의 국민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9%로, 한국(28.4%)보다 훨씬 높다. 스웨덴 복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란 얘기다.
코로나 경제위기를 맞아 고용안전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는 현행 저부담·저복지 체제를 중부담·중복지 체제로 바꾸는 첫걸음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처음에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늘 세금보다 재정(국채)을 선호한다.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어서다. 이런 무책임이 판을 치기 시작하면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