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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코로나 이후의 공공조달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7 17:38

수정 2020.05.17 17:38

[차관칼럼] 코로나 이후의 공공조달
코로나19로 인한 충격파가 거세다. 전 세계적으로 두 달간 소비, 고용 등 실물경제지표는 사상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도 고용악화 등 외환위기 당시보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이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와 코로나19는 급격한 경제, 사회적 환경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경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산업구조를 이끌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가경제 발전의 핵심 축으로서 135조원(GDP 대비 7%, 2019년 기준)에 달하는 공공조달의 역할과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위기 속 공공조달은 과거의 '소극적 계약자'로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산업과 디지털 생태계를 이끄는 '전략적 조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공공조달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공조달은 중앙조달의 전략적 활용 강화, 4차 산업혁명 기반 혁신조달의 본격 추진, 조달시스템의 전면적 재설계가 핵심이다.

먼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조달을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공적 물품은 중앙집중형의 전략적 조달이 긴요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나라장터 전자조달시스템(중앙조달)을 이용해 120여개 마스크 제조·유통업체와 계약, 생산, 유통 등 마스크 공급망을 단기간에 구축해 국민에게 공급함으로써 공적마스크 수급안정에 기여한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조달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라장터와 별도로 분산돼 운영해왔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26개 공공기관의 자체조달시스템을 나라장터로 통합하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둘째, 유례없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혁신조달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약 100억원 규모의 혁신시제품 구매예산을 시드머니로 활용하고, 혁신구매목표제를 도입해 연말까지 혁신제품 구매를 4000억~5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혁신조달의 성과가 가시화되면 실험실에 머물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반의 혁신기술 및 제품 개발이 확산되고, 공공서비스 수준도 대폭 확대될 것이다. 국가위상을 높인 K방역의 사례를 통해 검증된 바 있는 진단키트 등 우리 방역 물품과 기술도 유엔 등 국제기구 및 해외 조달시장에 적극 진출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산업 등 디지털 산업시대에 대응해 조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내년 본격 추진되는 차세대 나라장터는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최신 지능정보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경제·사회구조 변화를 반영해 모든 조달 프로세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재설계하고, 오프라인 업무를 전산화해 조달청 방문을 제로화할 계획이다. 현 경제위기 상황에 대응한 탄력적인 혁신적 조달제도 운영도 필요하다. 중대 위법사항이 없는 한 적극행정 면책 제도를 적극 활성화하는 한편 우수기관과 기업들에 정부업무평가·경영평가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병행돼야 한다.


코로나19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제주체와 호흡하는 공공조달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민의 삶과 안정된 한국경제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정무경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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