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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중 대결별, 강 건너 불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7 17:38

수정 2020.05.17 17:38

코로나 이후 사사건건 충돌
또 고래 싸움에 새우등 될라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최신호에서 이를 대결별(Great Decoupling)이라고 불렀다. 양국 관계는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두 강대국이 싸우면 말릴 수조차 없다. 한국은 자칫 또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될 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관계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해봤느냐는 질문엔 "당장은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15일 미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팔지 못하도록 수출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대만 반도체 회사인 TSMC다. 세계 최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TSMC는 화웨이가 주요 고객 중 하나다. 15일 TSMC는 서둘러 애리조나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달래기 위해서다.

중국도 가만 있지 않았다. 외교부는 "중국은 자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를 결연히 지킬 것"이라고 점잖게 말했지만, 환구시보는 "워싱턴이 미쳐 날뛰게 하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환구시보는 종종 중국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데 활용된다. 미국이 계속 화웨이를 때리면 중국은 애플, 시스코, 퀄컴을 상대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중 대립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관세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만들어 수입품에 최고 60%에 가까운 고율관세를 물렸다. 그러자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상대국도 보복에 나섰다. 이른바 근린궁핍화(Beggar Thy Neighbor) 정책은 대공황을 악화시킨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몽을 꿈꾸는 시진핑 주석은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일대일로 정책으로 세계를 구슬리고 있다. 이에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축으로 맞서려 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미국 또는 믿을 수 있는 나라로 U턴시키는 게 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각자도생의 자국중심주의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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