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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을 그리워하는 말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3 07:00

수정 2020.05.23 06:59

최고 기수 루돌프 로스텍 사진=비엔나관광청
최고 기수 루돌프 로스텍 사진=비엔나관광청

[파이낸셜뉴스] 비엔나의 스페인 승마 학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피자너 명마들의 승마기술을 선보인다. 비엔나관광청에 따르면 현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난 3월부터 임시 휴관 중이다. 최고 기수 루돌프 로스텍을 만나 승마 학교의 새로운 일상에 대해 들어봤다.

스페인 승마 학교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기관으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승마기술을 오늘날까지 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가꿔오고 있어 제국주의 시대 비엔나의 모습을 대표하는 곳이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멋진 동작을 선보이는 리피자너 명마들의 공연은 보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장관을 선사한다.

1991년부터 스페인 승마학교에서 근무해온 루돌프 로스텍은 현재 승마학교의 기수들과 말들의 트레이닝을 총괄하고 있다.
그와 만나 전례 없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소감, 코로나 사태 종료 이후의 계획과 말들이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스페인 승마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수님과 다른 동료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저희는 서로 합심하여 함께 지내며 비엔나와 피버 리피자너 사육시설에 있는 말들의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비엔나에 있는 종마들은 프로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계속 트레이닝을 하고 체력 관리를 해야 합니다. 또 피버 사육시설에서는 이제 곧 미래의 스타가 될 망아지들이 세상에 나옵니다.

피버에 있는 사육사들과 비엔나에 있는 저희들 모두에게 매우 기쁘고 중요한 시기입니다. 또한, 말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럿이 곁에 있어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사육사, 트레이너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말들과 접촉이나 소통의 시간을 줄이게 되면 말들의 컨디션이 저조해지기 때문입니다.

―말들이 요즘 평소랑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나요?

▲저희는 나름대로 말들이 변화를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말들의 일과가 약간 바뀌긴 했지만, 트레이닝과 말을 돌보는 일과는 그대로입니다. 한 가지 제가 느끼는 점은 말들이 관중을 그리워한다는 것입니다. 말들은 관중 앞 무대에 서서 멋진 승마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불가능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상이 어떻게 바뀌셨나요?

▲말 관리사와 직원들을 건강하게 보호하기 위해 손냐 클리마 대표가 직접 나서 하루 일과를 조정했습니다. 이는 제가 이곳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 있는 변화입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직원들을 작은 그룹으로 나눠서 승마 트레이닝만 맡아서 진행하는 그룹과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는 그룹으로 나눠서 같은 사람이 같은 업무를 계속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교대 근무를 도입하여 그룹들 간에 서로 필요한 만큼의 거리를 두며 마주치지 않도록 한다든지, 오후에도 트레이닝 수업을 하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위생관리는 어느 정도까지 철저히 하고 계시나요?

▲이전에 비해 위생 관련 조치가 매우 강화되었습니다. 올 연말까지 마구간과 승마 학교 건물 전체에 위생 관리를 보다 엄격하게 할 예정입니다. 말을 돌보거나 외부에서 방문을 할 때에도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합니다.

현재는 트레이닝이 끝날 때마다 직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소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변화는 처음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모두가 힘들 때 직원들끼리 한마음으로 단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 종료 이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와 저희 종마들은 화려한 바로크 홀에서 정통 승마기술을 멋진 모습으로 관중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행 중이어도 저희는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말들을 돌보고 공연 준비를 할 것입니다. 저희는 스페인 승마학교가 “하얀 발레"로 불리는 아름답고 우아한 리피자너 종마들의 공연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기관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종료가 되면 무엇이 가장 기다려지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들과 생물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어린 딸과 함께 놀이터에 나가고 싶습니다.
딸이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면서 예전처럼 밖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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