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딜레마에 빠진 은행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8 16:45

수정 2020.05.18 18:25

[기자수첩] 딜레마에 빠진 은행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라는 쓰나미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 정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섰다. 이런 가운데 비단 국책은행만이 아닌 시중은행들도 전방위적 지원에 동참하게 됐다.

그런데 지원에 나선 시중은행들의 마음은 이내 복잡해졌다. 앞에 놓인 국난을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그 지원의 규모가 계속 커지다보니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고조된 것이다.

시중은행의 4월 총대출 잔액(약 1845조원)을 보면, 한달 전 대비 약 33조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 증가폭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한달새 5조원 가까이 늘었고, 기업대출 잔액도 9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한달 전과 비교해 10% 가까이 급증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 중 65%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여기에 더해 은행들은 국내 한계기업들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등도 해주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모습이 자칫 은행들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환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록 정부에선 아직 연체율 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은행들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쉽게 입밖에 내지도 못한다. 지금 당장은 소상공인과 기업들을 살리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정부와 여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예대율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은행들이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계속 유도하고 있고, 여론도 순이자마진(NIM) 등으로 쉽게 돈을 버는 은행들이 각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로 인해 자금 지원을 줄여도 욕먹겠지만, 추후 건전성 등과 관련한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관리를 못했다고 또 욕먹을 것이 뻔하다.
"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은 현재 은행들이 처한 딜레마를 잘 반영하고 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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