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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디지털 뉴딜과 전통 뉴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9 18:43

수정 2020.05.19 18:43

[fn논단] 디지털 뉴딜과 전통 뉴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형 뉴딜'의 방향성이 제시됐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에 더해 그린 뉴딜이 포함될 것이며, 조만간 세부과제도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형 뉴딜은 1930년대 미국의 뉴딜과 달리 대규모 SOC사업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와 빅데이터 분야'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디지털 뉴딜'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전통적 경기부양책으로 오랫동안 활용돼 온 대규모 신규 SOC투자에 대한 관심은 적다.

디지털 뉴딜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통산업에 대한 투자확대도 중요하다. 왜 이 시점에서 한국형 뉴딜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라.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항공·여행·숙박업계를 비롯한 전통산업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이다. 반면 온라인 기업이나 디지털 산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자다. 한국형 뉴딜이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디지털 뉴딜보다 전통 뉴딜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디지털 산업은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갈수록 민간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한국형 뉴딜은 성장하는 디지털 산업을 더 크게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전통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

디지털 뉴딜 정책은 미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이래 IT나 디지털 부문의 투자는 급속하게 늘었지만 도로·철도·공항 등과 같은 전통적인 인프라 투자는 게을리했다. 전통 인프라 투자는 주로 정부 몫으로 남겨뒀고, 민간투자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영역에 집중되다 보니 디지털 부문과 인프라 부문 간의 격차가 심화됐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인이 낙후된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오랫동안 미뤄 온 인프라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 우리도 디지털 부문과 인프라 부문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노후 인프라 시설만 디지털화할 것이 아니라 대규모 신규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오늘날 새로 만드는 인프라는 모두가 스마트 인프라로 건설해야 한다.

'한국형 뉴딜'은 뉴딜이란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대책'을 포함해야 한다. 1930년대의 미국 뉴딜만 해도 테네시강 댐공사와 같은 SOC 건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에 정부가 개입해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산업부흥법'이었다. 이 법에는 산업부문마다 공정경쟁 규약을 작성하게 해서 지나친 경쟁을 억제하고, 생산제한이나 가격협정을 인정하면서 적정한 이윤을 확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우리 건설산업에도 이 같은 법이 필요하다.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아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에서는 공공건설투자 확대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형 뉴딜'에 붙어 있는 '한국형'이란 수식어도 차별화된 내용이 있어야 한다. 과거 미국의 뉴딜이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을 의미했다면, 한국형 뉴딜은 거꾸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중시해야 한다.
재정을 동원한 투자확대는 '마중물'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본격적인 민간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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