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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n번방' 주요 법안 법사위 통과…체계·자구심사권 논란(종합)

뉴스1

입력 2020.05.20 16:43

수정 2020.05.20 16:43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김정률 기자,이균진 기자 =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과거사법과 n번방 사건 방지 후속 법안 등 주요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20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Δ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Δ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Δ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Δ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145개 법안 처리를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새 원내지도부를 선출하면서 쟁점으로 떠오른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은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제복지원 조사' 과거사법 통과…윤미향, 법사위서도 논란

과거사법 개정안은 2010년 활동이 끝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재가동해 형제복지원, 6·25 민간인 학살사건 등 당시 과거사위 활동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과거사를 다시 조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규정하는 조항을 놓고, 미래통합당이 반대해 법사위에 계류됐다. 이에 여야는 기존 개정안에서 배·보상 내용을 삭제하고 조사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수정에 합의했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생활 안정지원 대상자에게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 부담금 및 비급여 비용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여성가족부 장관은 매년 생활 안정지원 대상자의 생활 실태 및 정책 만족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방자체단체장의 경우, 여가부의 실태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통합당 법사위원들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의혹을 거론하면서 할머니들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을 당부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모든 지원금, 후원금은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위해 써야 하는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윤 당선인 등 이런 분들이 돈을 쓰고 집 같은 것도 사고 본말이 전도됐다"며 "여가부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밝힐 것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안정지원은 꾸준히 해왔다. 더욱 유념해서 생존해계시는 할머니들을 모시고 있는 각각 단체 상황에 대해 여가부가 매일 파악하고 있다"며 "남은 피해자분들께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한없이 남은 여생을 사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불법 음란물 삭제 의무 부과…통신요금 인가제→신고제 변경

국민적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 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등 유통방지 조치 의무,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유통방지 조치 등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통신요금에 대한 이용약관을 현행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통신사업자가 통신요금을 인상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신고'하도록 했다.

n번방 사건의 후속 법안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개정안은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등의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성착취물 출발은 비밀 대화방에서 나온 성착취물이 플랫폼에 2차 유통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사업자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해 분담해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인터넷 사업주도 내면적으로 이 법안의 정당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가능…공인인증서 21년 만에 폐지

국민취업지원제도 근거법인 구직자취업촉진법 제정안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 근거 규정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도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제정안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실시하기 위한 근거법으로 지난해 정부가 발의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구직기간 동안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일부 저소득층 구직자에 대해서는 월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고용보험제도 안에 우선 예술인만 가입 대상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 가능 시점을 법 시행 후 1년에서 6개월로 앞당겼다.

민주당은 예술인은 물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으로 적용하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안(案) 처리를 추진했지만, 야당에서 이견을 보여 예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장석춘 통합당 의원안을 토대로 합의했다.

전자서명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지난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퇴출 수순을 밟는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전자서명 제도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장을 독점하며 기술 발전과 서비스 혁신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인인증서를 폐지하고, 블록체인 등 대체기술을 사용해 인증선택권이 넓어지는 동시에 관련 서비스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월권적 행위 폐지"vs"벼룩 잡다 초가 태워"

21대 국회 쟁점으로 떠오른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에 대해서는 여야가 의견이 엇갈렸다.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여당에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주장하는데 이는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위험한 발상이다. 해당 상임위가 이견을 조정해 심사하는지, 위헌적 법률을 제대로 거르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며 "각 상임위에서 무책임하게 통과시키고 법사위에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는 식으로 (법안심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여러 법안이 법사위의 정책적·정무적 판단을 근거로 법사위에 계류되고 법사위가 해당 상임위의 결정을 뒤집는 경우가 있다. 법사위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소관 상임위에서 체계·자구 심사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제도를 마련해 21대 국회에서는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소관 상임위의 권한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여상규 위원장은 "상임위에서 (법안을) 완벽하게 올리면 큰 문제가 없지만, 소관 부처 의견이 법안 심사에 많이 반영되다 보면 체계 문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중요하다"며 "체계 이외의 사유로 법안 심사의 지연에는 저도 반대하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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