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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문화 전파하는 세종학당 선생님들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지구촌 곳곳에 뿌리내린 180개 학당 
"한해 7만명이 '한국' 배우러 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3과 초대에 대해 공부할 거예요. 교재에 나온 사진을 보면서 지금 나오는 대화 내용을 잘 들어보세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세종학당재단 강의실, 한국어 선생님이 외국인 학생들을 향해 수업 시작을 알리자
강의실 뒤쪽에 설치된 카메라가 빨간 불빛을 켜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숨죽이며 선생님과 학생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리말과 문화 전파하는 세종학당 선생님들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중국 칭다오2학당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세종학당 한국어 교사 이은진씨. 세종학당재단 제공

이날 수업은 한국어 교원 양성을 위한 교육용 강의 동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한국어 강의 시연에 나선 이은진 선생님은 중국 칭다오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올해 초 연수를 위해 입국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이 묶이면서 카메라 앞에 서서 동영상 강의를 하게 됐다. 이은진 선생님은 "대학 때 중문학을 전공하고 중국 학생과 언어교환을 하며 한국어를 가르쳐주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말을 잘 한다 해서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느끼고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한국어교육을 전공하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최근 학생들을 직접 보면서 교실에서 수업을 하지 못하는 변화가 있었지만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8년간 60개국에 세종학당 세워… 외국인 학생 "나도 한국어 선생님 되고파"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8년 넘게 전 세계 60여개국, 180여개 기관에 180여명의 교원을 파견하고 있는 세종학당은 해외 현지인들의 곁에서 가장 가까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고 가르치는 첨병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대표 기관이다. K팝과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의 세계적 인기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외국인들이 더 깊이 한국을 알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을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세종학당을 통해 1년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는 7만여명에 달한다.

이날 수업에 함께한 독일인 일라이다 아심길(21)은 "고등학교 때 한국인 친구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접한 후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세종학당 장학생으로 선정돼 성균관대로 어학연수를 왔고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한국인들의 배려와 정을 느껴 향후 한국에서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세종학당 장학생으로 이란에서 서울대로 어학연수를 온 사하르 타바콜리(30)는 "한국 드라마 '개인의 취향'이 재밌어서 보다 자막과 내용이 맞지 않아서 테헤란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다"며 "한국어를 배우며 이란과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졌다. 한국에서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해 이란에서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말과 문화 전파하는 세종학당 선생님들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한국어만 교육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세종학당이 진행한 탈춤 수업.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좌 콘텐츠 개발… 베트남·인도 등서 교원양성과정도

세계 각국에 학당을 세우고, 한국어 교사를 파견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세종학당은 한국어 교원에 대한 전문 교육과 교육 자료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외 현지로 교원을 파견하는 것에서부터 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일에도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세종학당은 이 시기를 온라인 강좌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본격화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겼다. 올해 초 세종학당의 교원 재교육을 위해 입국했다가 코로나 19 사태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선생님들의 역량을 활용해 학생을 위한 강좌부터 한국어 교원의 양성을 위한 교재 동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4개국의 현지인 100명을 한국어 교원으로 키우는 '현지 교원 양성 과정'도 시작한다. 한국에서 교사를 파견하는 것을 넘어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이 자생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우리말과 문화 전파하는 세종학당 선생님들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번에서 열린 가야금 교실.
우리말과 문화 전파하는 세종학당 선생님들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개최된 한글날 행사 모습. 세종학당재단 제공

■한국문화 체험 통해 한류 전파하는 첨병 역할 '톡톡'

세계 각지에 세워진 세종학당에서는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문화 체험 행사도 다채롭게 진행한다.
세종학당재단의 이규림 과장은 "세종학당에서는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각지에 있는 세종학당의 특성과 학습자의 수요, 현지 문화 등 특성에 따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있어서도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국내의 문화예술 유관기관 및 대학들과 협업을 통해 문화예술 전공 인력을 문화교원으로 선발하고 파견해 학당 내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문화를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 체험 꾸러미를 비롯해 세종한국문화영상 등 관련 프로그램과 자료를 제작해 학당 차원에서 지원을 하기도 한다"며 "부교재와 관련 교구를 바탕으로 내실있는 문화강좌 지원에도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김덕수 명인이 콜롬비아 세종학당에 방문해 학생들 앞에서 공연을 시연하는 등 전문가들의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화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현지에서 굵직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일에 앞장선다면 세종학당은 한국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직접 한국문화를 체험하게 해주고 또 배우게끔 도와준다"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만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 세계에 한류의 확산을 위해 가장 말단에서 움직이는 기관이 바로 세종학당"이라고 설명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