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n번방法·넷플릭스 규제법 국회 통과…사적 검열·역차별 논란

뉴시스

입력 2020.05.20 18:36

수정 2020.05.20 18:36

"통신 3법 가운데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불발"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5.20.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0.05.20.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논란을 빚은 통신 3법 가운데 인터넷 기업에 디지털 성범죄물 전송 방지를 의무화하는 'n번방 방지법'과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콘텐츠 사업자(CP)도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지우는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이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문턱을 넘었다.

반면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이날 보류돼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에 인터넷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규제법이 불발된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나머지 두 법이 통과한 데 대해 사적 검열 가능성, 국내외 업체간 역차별, 실효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불법 성착취물 유통 방지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인터넷 대기업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 의무와,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CP에 대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달리 ▲IDC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했다.

◇n번방 방지법 n번방 잡을까…"기준 모호"

n번방 방지법은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할 책임과 기술적 관리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긴 사업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메신저, 소셜미디어 등이 성착취의 온상이 됐다는 점에서 법안 취지는 좋지만 인터넷 사업자가 일반 사용자의 데이터를 어디까지 관리할지 명시하지 않아 자칫 사적(私的) 정보까지 사찰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법안의 상당 부분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법의 예측 가능성도 상당히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온라인상에 공개돼 있는 콘텐츠들에 한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즉 기본적으로 인터넷 링크(URL) 등으로 외부에 공개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이나 대화방 등 일반에게 공개되는 정보만 해당되지 문자, 카카오톡, 라인 등에서의 대화, 이메일 등은 사적인 대화에 해당하는 만큼 인터넷 사업자가 관리할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과거 단톡방도 사적 공간이 아니라고 판결이 난 적이 있어 실제 후속 시행령 작업을 하더라도 어디까지가 사적 대화이고 공개 정보인지 경계가 모호해 업계에서는 실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또 해외 사업자에 대한 법 적용 실효성에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실제 n번방 사건을 촉발한 해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서버의 소재가 알려지지 않았고 담당자와의 연락도 어려워 사실상 법 집행이 불가능했다.

정부는 이법 법안이 당장의 효력보다는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도 더 명확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사업자 의견을 수렴해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외사업자 집행력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며, 그중에 하나인 국내 대리인 지정이 좋은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규제법, 망 무임승차 논란 차단할까

소위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CP 등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 책무를 지우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인터넷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망사업자(ISP) 몫인데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형 CP는 물론 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CP까지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통신업체들이 수조 원을 투자해 구축한 인터넷망은 해외 업체 5~6곳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넷플릭스, 유튜브 등과 같은 글로벌 CP는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연간 700억원, 카카오는 3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CP와 글로벌 CP 간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역차별 해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오히려 국내 사업자만 규제를 받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기업이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배경이다.

인터넷업계는 인터넷망 품질을 유지하는 의무는 통신사에 있으며 오히려 해외 기업에는 구속력이 없이 국내 인터넷 기업에만 망 품질 의무가 전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데이터센터법 20대 국회서 자동 폐기…21대 국회로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됐다. 이날이 20대 국회 마지막 날임에 따라 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해당 법안은 재난 발생시 데이터 소실을 막는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통신사에 집중된 재난관리 대책을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해당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불발됐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 등 재난 예방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했으나, 기존 법(정보통신망법)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해외 클라우드업체에는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워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우려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더군다나 국내 클라우드 시장 대부분을 해외 사업자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안 그래도 뒤처진 클라우드 산업에 족쇄를 채울 것이라며 우려했으나 법안이 폐기됨에 따라 일단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게 됐다.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21대 국회에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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