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겉은 장비 속은 조조' 문희상 떠난다…"나의 정치 인생, 후회 없는 삶이었다"

뉴스1

입력 2020.05.21 12:17

수정 2020.05.21 16:02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5.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5.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아쉬움은 남아도 나의 정치 인생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

20대 국회를 끝으로 40년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를 '행복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말짱 도루묵' 인생이 아니었나 하는 깊은 회한이 밀려들기도 했다는 문 의장은 그럼에도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하루하루 쌓아올린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했다.

문 의장은 고향인 경기도 의정부에서만 6선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문 의장의 정치 인생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그는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을 꿈꾸던 김 전 대통령의 신념에 이끌려 40년 가까이 정계에 몸을 담았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친 문 의장은 당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2012년과 2014년 두 번이나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해 소통과 조정 능력을 증명했다.

'겉은 장비(張飛), 속은 조조(曹操)'라는 문 의장의 별명도 여기에서 나왔다. 외모는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를 닮았지만, 정국을 꿰뚫어보는 시각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능력은 삼국지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조조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

다사다난한 정치 인생을 살아온 문 의장의 마지막 직책은 입법부 수장이었다. 지난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문 의장은 당시에도 73세로 고령이었지만 '협치'라는 신념을 바탕에 두고 때로는 강한 리더십(지도력)을 발휘하며 의정뿐만 아니라 외교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20대 국회 후반기는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협치라는 말이 무색해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속에서는 또다시 '동물국회'가 재연되기도 했다.

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기습 상정해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를 두고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문 의장은 "나는 내가 할 일을 했다고 본다.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다. 당당하다. 자랑스럽다"고 자평했다.

문 의장은 임기 말미에는 '일하는 국회' 만들기에 주력했다. 지난 3월에는 국회혁신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본인이 직접 상시국회 운영, 상임위원회 상설소위원회 설치 의무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쪽지 예산 근절 등 내용을 담은 국회혁신 패키지 법안(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비록 20대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문 의장은 "20대 국회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국회 혁신 방안들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문 의장의 임기는 20대 국회가 끝나는 이달 29일까지다.
문 의장은 이날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라며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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