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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대기업 참여 막는 SW산업진흥법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1 17:52

수정 2020.05.22 02:31

[여의도에서] 대기업 참여 막는 SW산업진흥법
코로나19로 전통적 교육시스템이 파괴됐다. 일선 학교들은 원격수업을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교육부는 '줌' '팀즈', 구글의 '클래스룸' 등 원격 협업 솔루션을 가정과 학교에서 사용하도록 적극 권고했다. 이 3가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원격 협업 툴이다. 그래도 아쉽다. IT강국 한국에서 토종 원격 솔루션을 쓰자고 할 수는 없었을까.

교육부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럴 만한 상황이 있어 보인다. 토종 중소기업의 협업 툴을 쓰자니 안정성 우려가 있다. 오작동이 발견된다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다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대기업이 만든 툴은 어떨까. 인적·물적 자원이 넉넉해 오류 대처능력은 빠를 수 있다. 공공기관이 대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권장하긴 부담스럽다. 이런 이유를 따져보면 교육부가 왜 외산 솔루션만 권고했는지 이해할 만하다.

공공 IT서비스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을 개정하면서 대기업의 참여를 거의 막았다. 예외조항이 있기는 하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업,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적용분야에서는 일부 참여시킬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담당 부서가 이 예외조항을 적용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법의 취지 자체가 중견·중소기업에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이 '대기업참여제한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효과는 어땠을까. 중견·중소기업의 공공참여 기회는 많이 늘었다. 다만 이들이 진정 자생력을 키웠는지는 논란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지난 1월 '한국의 SW기업 생태계와 제도' 보고서를 만들었으나 홈페이지에 잠시 올렸다 삭제했다. 업계에서 도는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시계열 분석 결과 중견기업은 공공매출이 증가했지만 저조한 수익기반이 공공사업으로 개선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민간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중소중견기업에 기회는 됐지만 자생력을 키우지는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연구소는 향후 정식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한다. 다만 시계열 데이터가 2018년까지로 돼 있어 정식 보고서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 초부터 떠오른 이슈는 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사업이다. 나이스는 총 사업규모 2000억원인 올 상반기 최대 공공 시스템통합(SI) 사업이다. 국내 초등학교부터 대학의 전산정보를 아우르는 핵심 전산서비스다. 시도교육청과 기타 교육행정기관, 1만1000개 초중고, 400여개 대학의 전출입, 진학, 성적처리,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4세대 나이스 사업에 대기업 참여제한을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예외심의위원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모두 세 차례다. 연달아 퇴짜 맞은 교육부도 부담이 클 터였다. 그럼에도 세번이나 과기부의 문을 두드린 것은 안정성 우려가 가장 크다. 나이스 시스템의 세부 업무는 무려 286가지다. 여기에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대거 적용해야 한다. 3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도 지난 2011년 일부 오작동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다만 굵직한 주요 공공IT서비스 영역에서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경험 많은 대기업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오작동과 부실한 유지·보수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감안해서라도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정보미디어부 차장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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