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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나랏돈 적자 눈덩이,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4 16:55

수정 2020.05.24 16:55

코로나 핑계는 이제 그만
문대통령이 '룰' 세우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른 절차다. 전략회의에선 내년 예산안과 중기(2020~2024년) 재정운용계획을 짠다. 가장 큰 관심은 국가채무 비율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는 진작에 무너졌다.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3차 추경을 30조원 규모로 편성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단박에 45% 안팎으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경제로선 가보지 않은 길이다. 25일 전략회의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40%란 숫자를 마땅찮게 여겼다. 꼭 1년 전 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정부가 국가채무 비율을 40% 안팎에서 관리하는 근거가 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화두는 복지였다. 복지엔 돈이 든다. 세금을 그냥 두고 복지를 넓히려면 정부가 빚을 더 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당초 올해 국가채무 비율을 39.8%로 묶으려 했다. 이 마당에 코로나 경제위기가 터졌고, 순식간에 재정의 둑이 터졌다.

재정적자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당장은 소상공인을 돕고 일자리를 지키는 게 급하다. 이런 일은 오로지 정부만 할 수 있다. 1·2차 추경이 국회를 손쉽게 통과한 것도 지금은 비상사태라는 인식이 폭넓은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3차 추경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3차는 1·2차 때와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30조원이란 돈의 규모가 크다. 덧붙여 눈덩이 재정적자에도 한번 브레이크를 걸 때가 됐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재정준칙 수립을 주도하길 바란다. 정부가 돈을 더 쓰되 절도 있게 쓰려면 룰이 필요하다. 그 룰이 바로 재정준칙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재정건전성 관련 조항이 엉성하다. 그저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86조)고 규정할 뿐이다. 2016년 박근혜정부 때 기재부가 국가채무 비율을 45%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건전화 개정을 추진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2018년 7월엔 추경호 의원(미래통합당)이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냈으나 이 역시 서랍에 묻혔다.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국제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적극 재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무턱대고 쓰다간 큰코다친다.
훗날 문재인정부가 재정을 망쳤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 재정준칙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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