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40%에 묶인 채무비율 기준 풀어 경제대응… 증세론 불 지핀다 [새 틀 짜는 국가재정]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4 17:31

수정 2020.05.24 17:31

재정준칙 이르면 9월께 마련
코로나19 같은 비상사태땐
경직된 재정준칙이 오히려 독
부채비율 삭제방안도 검토
40%에 묶인 채무비율 기준 풀어 경제대응… 증세론 불 지핀다 [새 틀 짜는 국가재정]
코로나19로 악화된 재정상태를 정상화하는 데 척도가 될 재정준칙이 올 하반기에 나온다. 이와 함께 재정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인 증세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지출, 세입, 재정수지, 부채 등을 통제하는 재정준칙이 이르면 9월께 마련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에 30여년을 내다보는 장기재정전망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나름대로 재정준칙을 추가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2065년 장기재정전망은 9월쯤 국회에 제출된다.

이 같은 기한을 앞둔 기재부는 뜻밖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재정준칙은 지출을 통제하는 일종의 기준인데, 지출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커진 씀씀이를 인식하고 우려하는 지금이야말로 재정준칙을 세우기에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연한 재정준칙 예상

재정준칙이 엄격한 규칙보다는 유연한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에는 경직적 재정준칙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재정준칙을 채택한 많은 국가들은 이미 재정준칙을 수정하거나 폐기해왔다. 이 같은 경향은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방정부 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준칙을 헌법에 명시한 독일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독일 연방의회는 재정준칙을 완화하는 표결에 나서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적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20대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 관련 법안들도 수정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제출한 재정건전화법안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총액의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한 조항을 '일정 비율 이하'로 수정하거나 아예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준칙이 법제화되지 않고 일종의 규칙이나 지침 형태를 띨 가능성도 있다. 법제화가 된다고 해도 예외조항이나 시정조치에 대한 규정을 둠으로써 준칙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할 공산이 크다.

기재부 의뢰를 받고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재정준칙의 문제는 이를 어겼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재정준칙을 불가피하게 어기더라도 향후 악화된 재정상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조정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솔솔 불 지피는 '증세론'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근본적 방법인 증세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다수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국가채무가 상당히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출 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하는 재정수입 확대가 필요하다. 이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본다"고 지난 19일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증세 논의가 본격화됐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28~29%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진욱 KDI 연구위원은 "법인세는 이미 지난 2018년 인상한 적도 있고,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도 아니기 때문에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나 특정 계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세율이 낮더라도 세원을 넓히는 방법을 목표로 해야 한다.
예컨대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낮춰나가는 것이 있다"고 제언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