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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면세점 하루 1억 겨우 파는데 한달 임대료는 838억 [벼랑끝 기업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6 17:56

수정 2020.05.26 17:56

4월 면세점 매출 1조 밑으로
창고에는 3조원대 재고 쌓여
인천공항-롯데·신라·신세계
임대료 인하 논의 지지부진
공항 면세점 하루 1억 겨우 파는데 한달 임대료는 838억 [벼랑끝 기업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면세점 시장이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면세점 매출은 줄고 재고만 쌓이는데 공항 면세점 임대료 부담은 여전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매출 감소세가 뚜렷한 면세점 업계는 지난 4월 4년 만에 처음으로 월 매출 1조원대 벽이 깨졌다. 2·4분기 전망은 더욱 최악이다. 하루 매출은 1억여원에 불과한데 매달 800억원대인 공항 임대료는 업계 목을 조이고 있다. 숨통을 터줄 것으로 예상했던 재고 판매도 지지부진해 위기감이 크다.


26일 한국면세점협회의 산업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4월 면세점 매출은 9867억3909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1월 2조247억원에서 2월 1조247억원, 3월 1조873억원 등 크게 감소했다.

그간 면세점 업계는 관광특수를 누리며 매달 사상 최고 매출을 경신해왔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30% 넘게 성장했고, 특히 올해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을 계기로 '면세점 황금기'의 주역인 중국 단체관광객이 귀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이런 와중에 돌발변수인 코로나19로 맞은 직격탄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2·4분기 실적을 최악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대기업 3사 공항 면세점 하루 매출은 다 합쳐도 1억여원에 불과하다. 대기업 면세점 3사의 한달 임대료는 약 838억원으로 추정된다.

임대료 부담이 워낙 크다보니 인하방안을 두고 인천공항공사와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3사 간담회가 5회차까지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결론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업계는 4월 이후 공항 면세점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임대료와 인건비 등으로 1000억원 이상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공항공사와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가 결정을 머뭇거리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다시 중소기업과 대기업 차등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말도 돈다.

창고에 쌓인 3조원대 재고 처리도 요원하다. 관세청이 지난 4월 이례적으로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를 오는 10월 29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곤두박질치는 면세점 업황을 돌려세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요 명품들의 거센 반대에 대부분 빠졌고, 화장품의 경우 6개월 이상 장기재고가 많지 않은 데다 국내 판매하려면 성분검사 확인 등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홈쇼핑, e커머스, 아울렛 등 국내 유통채널에 판매하기 위해 각 브랜드, 중간유통사 등과 협의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재고 판매를 위해 판매가를 낮춰야 하는데, 각 제조사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일단 면세점이 매입해 창고에 쌓아둔 물건인 만큼 브랜드 입장에서 이미지 타격까지 감수하며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 채널별로 같은 품목인데, 다른 가격으로 판매될 경우 발생하는 이익 충돌도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7월쯤에나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2·4분기 실적방어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업황은 이미 최악인데 앞으로가 더 힘들다.
한달 매출은 업체당 몇 천만원에 불과한데 매달 200억~300억원의 임대료를 어떻게 견디라는 거냐"며 "상황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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