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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의연 사태 후폭풍, 기부 기피증은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7 17:02

수정 2020.05.27 17:02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유용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27일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꼴로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마저 위축되고 있다니 더욱 걱정스럽다.

정의연발(發) '기부 포비아(기피증)'는 자못 심각하다. 30년간 기부 현장을 지켜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문제제기를 하면서다.
기부금 자동이체를 중단하는 시민이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꼬리를 문다. 제대로 쓰이는지 알 수 없어 기업들이 시민단체를 통한 기부는 줄이고 직접 기부처를 찾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유니세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유수의 시민단체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기부금이 덜 걷히는 추세다. 경기가 나빠진 데다 시민단체들의 공신력도 약화된 탓일지 모르겠다. 기부금품법 위반 기소건수가 확 늘어난 대검찰청 통계가 그 방증이다. 윤 전 이사장에게 쏟아진 배임·횡령 의혹은 시민단체들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항간의 의심을 더 키우고 있는 꼴이다.

비정부기구(NGO)들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호·봉사 영역에서 큰 몫을 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십시일반 온정이 끊어져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면 NGO들은 관변화·어용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활동가들이 단체를 권력 진출의 발판으로 삼게 되고,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시민단체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입증하도록 하되 사회적 감시시스템도 작동해야 한다. 이번 정의연 사례는 "어느 NGO가 활동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는 오만한 자세와 정부의 방치가 어우러진 결과다. 정부가 기부금 모집단체들의 모금·사용실적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행이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서유럽국처럼 시민단체도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국회도 전반적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NGO 회계비리를 일소하는 입법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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