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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여성 시신 렌터카 1년 전 사라졌는데 왜 못 찾았나

뉴스1

입력 2020.05.28 13:40

수정 2020.05.28 13:40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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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제주국제공항 렌터카 하우스 모습.2020.3.12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지난 3월 제주국제공항 렌터카 하우스 모습.2020.3.12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최근 제주의 한 도로에 오랜 기간 방치돼 있던 렌터카에서 시신이 발견되며 지역사회를 놀라게 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29·여)는 제주로 주소지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지난해 2월 차량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렌터카 업체는 같은 해 4월 도난 신고를 하고, 자체적인 현상금까지 내걸며 차량 수배에 나섰지만 1년 넘게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도난신고가 접수된 렌터카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찾을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과 렌터카 업계는 이런 경우 차량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차량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면 이동 동선이라는 단서 자체가 없어 수색이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도난 차량이 이동하면 폐쇄회로(CC)TV 등을 이용해 탐색이 가능하지만, 한 장소에 멈춰 있으면 제주도 전체를 일일이 수색하지 않는 이상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도난 차량이 도외로 반출되는 경우 차가 선적될 때 차량 번호가 기록돼 탐문이 가능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러한 경우의 수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차량 절도 사건은 총 298건으로 이 중 189명의 절도범이 검거됐다. 실제 차량 회수율은 이보다 더 많다.

올해 4월까지 발생한 33건의 차량 절도 사건 역시 이미 25건이 해결된 상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차량이 움직이면 흔적이 남게 돼 있어 검거가 가능하다"며 "찾지 못하는 건 번호판갈이 후 도외로 반출됐을 가능성 등 여러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제주 렌터카에 위치정보시스템(GPS)이 거의 장착돼 있지 않은 것도 렌터카 수색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섬이라는 특성상 차들이 한정된 지역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GPS가 딱히 필요하지 않다"며 "설치·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아 업체에서도 설치를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수색 단서가 없고, GPS도 장착돼 있지 않아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에 방치됐던 셈이다.

방치차량은 범죄에 악용되거나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위험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주민 신고를 통한 처리 이외에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양 행정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올해 접수된 방치 차량 신고는 총 76건이다.

이번에도 1년 여 만에 지역 주민이 렌터카 업체에 방치 차량을 알려 A씨 시신이 발견될 수 있었다.


제주시 관계자는 "행정에서 계속 주시하고 있을 수 없으니 방치 차량 처리는 지역주민 신고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처리 기준이 2달 이상 방치된 경우이기 때문에 계속 지나치며 목격하는 주민 신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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