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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온라인 쇼핑의 뉴노멀, 새벽배송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7:47

수정 2020.05.28 18:32

[여의나루] 온라인 쇼핑의 뉴노멀, 새벽배송
최근 새벽 운동을 위해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입한 상품을 담은 배송 박스가 놓인 아파트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박스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버려진 소형 박스 처리를 위해 아파트 단지마다 분리수거장 배치를 고쳐야 할 정도다. 폐업과 휴업이 늘어나는 오프라인 상점과 달리 로켓, 샛별, 바로 등 다양한 이름의 신속 배송서비스로 무장한 온라인 쇼핑 시장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미국의 조사 전문기관 '어니스트 리서치'가 코로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올해 3∼4월과 전년도 동기간 미국에서 사용된 수백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마존이 주도하는 미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40% 이상 성장했고, 품목별로는 전자제품과 식료품 판매가 각각 300%와 200%가량 증가했으며, 주문 후 배송에 걸린 시간은 평균 2∼4일 정도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쇼핑에 의존해왔던 식료품 구입이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관련 '인스타카트'라는 회사가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하나경제연구소가 올해 1·4분기 하나카드 이용자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전년도 대비 온라인 쇼핑이 49% 증가했고, 와이즈리테일이 발표한 1·4분기 온라인 결제금액도 네이버가 전년 대비 32.1%, 쿠팡이 4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코로나 전·후 고객들의 소비패턴 변화 분석 결과를 보면 유통 업종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58%에서 65%로 7%포인트 상승했고 특히 쿠팡 로켓프레쉬,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식료품 관련 새벽배송 시장 관련 결제액은 코로나 집단발병 전에 비해 29%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4년간 80배가 성장한 우리의 새벽배송 시장은 언택트 시대 온라인 쇼핑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최근 롯데마트, 신세계, 현대백화점, GS 등 대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정육각, 오늘회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들의 창업도 활발하다. 우리의 새벽배송은 1.5배 높은 인건비로 인한 운반비 부담, 신선도와 품질 유지를 위한 포장비 및 냉장 인프라 비용 부담, 배송처 출입 문제 등의 약점을 빅데이터 기반의 철저한 검품을 통한 제품의 신선도 유지와 심야시간을 이용한 빠른 배송으로 극복한 온라인 쇼핑의 새로운 유형이다.

앞서 코로나 사태 전·후 한국과 미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의 변화를 보면 유사점으로 양국 모두 시장이 전년도 대비 40% 이상 빠르게 성장했고,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식료품과 신선식품에 대한 온라인 주문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반면 차이점은 주문에서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국이 훨씬 빠르고 새벽배송 시장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쇼핑 시장은 가격경쟁력을 넘어 제품의 신선도와 배달의 신속성을 무기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와 오랜 '음식 배달' 문화를 융합한 온라인 새벽배송이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 아마존을 넘어 세계 표준 K-온라인 쇼핑이 될 날을 기대해본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前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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